
◇현장에서 느낀 한계와 필요성
20년간 사업을 운영하고 1000회 이상의 멘토링을 진행하며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왔다. 그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고민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떻게 사업으로 구체화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멘토의 입장에서 매번 비슷한 설명을 반복해야 하고, 또 시간 제약으로 충분한 깊이의 멘토링을 제공하지 못할 때마다 시스템적인 한계를 절감해야만 했다.
아무리 뛰어난 멘토라도 개인의 역량만으로 멘토링을 지속하고, 확장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멘토링'은 창업생태계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이며, 이에 따라 최근 창업생태계에 반드시 도입, 적용돼야 할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AI 멘토링의 현실적 효과
필자는 최근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직접 멘토링 현장에 도입하면서, AI의 역할이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서 '실행 중심 멘토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운영 경험을 통해 체감한 핵심 성과는 첫째, 구조화된 문제의 정의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예비창업자의 모호한 사업 아이디어를 AI가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면, 멘토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언해야 할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멘토링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킨다.
두 번째는 맞춤형 실행 전략을 신속히 수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창업자 상황에 맞는 실행 전략의 초안을 AI가 먼저 생성하면, 멘토는 반복적인 기초 설명 대신 핵심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시간 안에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피드백까지 완료하는 압축적인 멘토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대화형 GPT를 활용한 반복 학습은 창업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실행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적용 사례
해외에서는 이미 AI 멘토링을 상용화하고 있다. 미국의 'Practica'는 수년간 축적한 멘토링 데이터를 GPT와 융합해 개인 맞춤형 커리어를 위한 조언을 자동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챗GPT를 접목해 질문과 응답을 AI가 먼저 처리하도록 하고, 해결되지 않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경우 멘토가 피드백을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멘토링시스템을 구축해, 응답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용, 시간, 지역 제약이 큰 스타트업 멘토링 분야에서 AI의 효용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AI 멘토링의 한계와 협업 모델
물론 AI 멘토링에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AI는 아직 인간의 통찰력, 감정 이해, 맥락 파악 능력에서 부족하다. 또 질문의 진의를 놓치거나 멘티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AI는 멘토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경험 기반 멘토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협업 파트너'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장감과 사람 중심의 조율, 그리고 깊이 있는 통찰은 여전히 인간 멘토 만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책적 지원 방안
이 같은 AI멘토링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다. 구체적으로는 AI 기반 창업 진단 도구, 실행 로드맵 자동화 시스템, 실시간 멘토링 챗봇 등의 서비스를 국가 창업지원 시스템에 통합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 주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확산을 도모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멘토링 플랫폼의 신뢰성과 윤리성 확보를 위한 AI 멘토링 가이드라인과 거버넌스 체계 수립도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AI 멘토링 도입을 단순히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툴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오히려 국가가 앞장 서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스타트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교육사업으로 채택해, 빠른 시간 내에 AI 멘토링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정착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홍미희 K-ICT 창업 멘토 cathyhong1@gomentor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