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는 ‘통통하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 비만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다.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급성장시킨 노보노디스크 ‘위고비’가 청소년 비만치료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달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치료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으면서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에 해당하고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이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다.
위고비 국내 출시 1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제이 티아가라잔 노보노디스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EVP)은 지난달 16일 중앙일보와 만나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높은 편”이라며 가장 큰 이유로 ‘통통하다’는 표현의 긍정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비만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며 “노보노디스크는 더 많은 환자가 위고비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비만 치료 솔루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만치료제 시장 키운 위고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위고비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약품 시장 전문조사기관 아이큐비아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원. 지난해 상반기 940억원 수준이었던 위고비 출시 이후 약 3배로 성장한 것이다.
티아가라잔 총괄은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비만 유병률이 높은 편”이라며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약 30만 명 이상의 비만 환자에게 위고비가 처방됐다. ‘비만은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한국의 비만 유병률은 성인 중 약 38%, 소아·청소년의 경우 약 22%이며 16~18세 청소년의 경우 28%에 이른다.
그는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 질환, 신장 또는 간질환 등 200여 가지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복잡한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이라며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비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강점은 안전성”
위고비가 독주하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 하반기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8월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국내에 상륙하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위고비 처방은 8만5519건, 마운자로 처방은 7만383건을 기록했다. 비만치료제 경쟁에 대해 티아가라잔 총괄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클루티드는 인체에서 만드는 GLP-1 호르몬과 구조적으로 94% 유사하다”며 “3700만 환자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연령과 특성을 지닌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답했다.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커지며 오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티아가라잔 총괄은 “모든 약물이 그렇듯 비만치료제도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면서도 “구토나 오심 등이 대부분이고, 용량 등을 조절해 약물에 적응한 후에는 이러한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비만 치료 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거쳐 기준에 맞게 처방받도록 강조하고 있다”며 “부작용이나 치료 과정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상담 창구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비만약 시장 도전장
최근 위고비는 청소년 비만치료제 시장을 통해 저연령층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 처방을 허가 받은 데 이어 지난달 한국에서도 청소년 처방 승인을 받았다. 반면 마운자로는 청소년 대상 임상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소년층 처방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청소년 비만 환자의 경우 80%가 성인 비만을 경험하며, 당뇨·심혈관질환·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의 합병증이 20·30대에 조기 발병할 우려가 높다.
티아가라잔 총괄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청소년 환자의 위고비 처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비만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부모들도 자녀에 대한 치료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청소년 비만에 대해 어른의 개입이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만 치료, 약물만으로는 어려워”
글로벌 비만약 시장이 성장하며 먹거나 피부에 붙이는 약 등 새로운 제형을 위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티아가라잔 총괄은 “제약회사에게 혁신은 생명줄과 같기 때문에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비만과 함께 심혈관, 간, 신장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치료법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만 문제는 약물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생활 습관을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보기술(IT) 업체와 손잡고 디지털 치료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헬스케어의 ‘파스타’ 앱과 협업 중”이라며 “맞춤형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환자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