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2개 기관 조사… 64% ‘거부’
“중증 우선 서비스인데 이해불가”
개인간병비 부담에 환자 이중고
“간호에 간병까지 업무 부담 커”
현장에선 인력 부족 고충 토로
최근 담석 제거 수술을 위해 경기 고양의 한 병원을 찾은 A(89)씨는 간병비와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자 간호간병통합병동 입원을 신청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 및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입원환자에게 보호자나 간병인 상주가 필요 없도록 전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입원환자 등에게 우선 제공된다.
그러나 병원 측은 “잘 걷지 못하는 분은 받기 어렵다”며 A씨 입원을 거부했다. 고관절이 불편한 A씨는 이동 보조가 필요한데, 이를 도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A씨는 일반 병동에 9일간 입원하면서 117만원을 들여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다.

지난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한 환자가 265만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A씨 사례처럼 병원들의 ‘가려 받기’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자 수 대비 간호 인력의 배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10일 보건복지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264만6663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230만명에서 15% 늘었다. 올해에는 7월 기준 164만8045명이 이용했는데, 지난해 입원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는 이용자를 2027년까지 4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병원 현장에서 환자를 가려 받는 행태로 인해 중증환자가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점이다.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최근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8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중증환자가 간호간병통합병동 이용이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조사에 응한 50개 기관 중 4곳(8%)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32곳(64%)은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14곳(28%)은 상황에 따라 다른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신체·인지기능의 장애가 심하거나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입원환자 등이 먼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이 의료법 규칙에 신설됐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열악한 인력 구조 탓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인력이 부족해 간호에 더해 간병까지 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현재 간호간병통합병동은 통상 간호사 1명당 환자 10명,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30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간호조무사의 경우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와 낮은 임금으로 이직률이 높다.
강주성 건강돌봄시민행동 대표는 “처음부터 간호간병통합병동 운영을 위한 인력 설계가 잘못됐다.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서 병원이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간호간병서비스를 하라는 것인데, 경증 환자를 위주로 환자를 가려 받는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했다”며 “이런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고 사업 규모만 확대할 경우 중증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지속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 수가를 적용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수가 지원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가려 받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모든 병동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력 기준을 분석해 간호 인력의 업무 과중을 낮추어야 한다. 힘든 업무 환경에 걸맞은 보상 체계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위해서는 병실당 간호 인력이 적어도 1명씩은 상주하듯 있어야 해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건보 재정 투입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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