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의 경제 에디터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16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이스라엘은 출구 전략이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란 정부의 전략이 1980년대에 이라크와 벌인 ‘도시 폭격전’과 같은 소모전이란 게 명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 폭격전’은 1980년 9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을 뜻한다. 이 기간 이란과 이라크는 각자 공군전력과 미사일을 동원해 상대방 도시를 폭격하며 수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이후 전쟁이 길어지면서 두 나라 모두 소모전에 빠지고 결국 1988년 8월 종전협정으로 끝맺었다.
로젠버그는 “이스라엘군 수뇌부는 현재 전개되는 (도시 폭격형) 소모전을 예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이 소모전을 버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지리적으로 협소하고 인구가 텔아비브에 밀집해 이란의 지속적인 폭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이 이란 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에서도 교전 중이고 후티 반군의 공격에도 대응 중인 점도 취약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란에 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집착이 이스라엘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고, 2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하마스와의 전투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개전 때와 달리 분명하고 깔끔하게 끝나지 않으리란 게 명확해지고 있다”며 민간인 희생자를 다수 내는 소모전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외교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온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역시 같은날 ‘이스라엘은 패권국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을 글을 통해 “이스라엘은 지역 패권국이 되려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월트 교수는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이스라엘에 종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패권국의 범주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패권국이 되려면 주변국들이 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스라엘내 우익과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짚었다. 월트 교수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패권국이 되려 하지만, 영원이 닿을 수 없는 목표”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