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해도, 서울 아파트 보유세는 급증

2025-11-04

서울 강남과 마포ㆍ성동구 등 한강벨트의 주요 아파트는 올해와 같은 69%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적용받더라도 내년 보유세가 많게는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내년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1가구1주택 기준 1790만원으로 올해(1274만원)보다 4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세(634만원→682만원)보다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부세(641만원→1108만원)의 상승 폭이 컸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종부세·재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올해 수준인 60%·45%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올해 반포자이 84㎡의 시세는 1월 40억원에서 10월 50억원정도로 뛰었다. 이를 적용하면 공시가격은 올해 27억7400만원에서 내년 34억6750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높은 강남권은 보유세액이 크게 늘어난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82㎡)의 보유세는 올해 867만원에서 내년에는 1260만원으로 45.2% 상승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84㎡)는 703만원에서 1004만원으로 42.8% 오른다.

올해 상승세가 가팔랐던 다른 지역의 보유세 부담도 늘어난다.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84㎡)의 내년 보유세는 416만원으로 올해(299만원)보다 39.1% 오르고, 성동구 래미안 옥수 리버젠(84㎡)도 올해(325만원)보다 39.4% 오른 453만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오름폭이 크지 않았던 단지는 보유세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동작구 대방 e-편한세상 1차(84㎡)의 보유세는 올해 127만원에서 내년에 138만원으로 11만원(8.6%)가량 오른다. 이 아파트는 올해 집값이 상승률이 3.7%(13억5000만원→14억원)다. 우병탁 위원은 "아파트값 상승 폭 자체도 보유세에 반영되지만, 누진세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종부세를 내느냐 내지 않느냐에 따라 전체 보유세 상승률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69%)으로 동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시세변동만으로 사실상 증세 효과가 나타나서다. 여기에 부동산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공시가격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67개의 행정 목적으로 사용돼 공시가격이 오르면 지역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기초수급 대상 탈락자가 속출하는 등 후폭풍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미 주요 지역은 세금이 크게 증가했다. 정치적인 부담 등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공시가격 대신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안은 열어두고 있다.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은 과세하지 않는다. 결국 고가 주택의 보유세만 겨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3일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현실화율을 비롯한 공시 계획 수정 방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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