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티를 넘어 AI 도시로…“AI 실증단지 조성해 구현 속도 높여야”

2025-11-13

스마트 시티를 넘어 인공지능(AI)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선 실증 단지 조성과 데이터 활용 체계 점검 등 실질적 AI 도시 구현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한국IT서비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AI도시로의 전환: 부산 국가시범도시의 기회, 도전, 그리고 과제'를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도시로 전환을 위해 이 같은 부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스마트시티 월드 엑스포 콩그레스'에 다녀온 이정훈 한국IT서비스 학회장(연세대 교수)은 “이번 행사의 화두는 단연 'AI의 활용'이었다”며 “특히 '에이전트 AI'가 논의의 중심에 있었고, '책임 있는 AI'를 어떻게 윤리·정책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관련한 가장 큰 의제는 'AI 실증단지'의 역할이었다”며 “단순히 GPU를 모아두는 것을 넘어 '시민이 이 기술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활용하게 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었고,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AI 도시'를 과연 시민이 신뢰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가장 큰 도전 과제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실증 단지를 통해 AI 도시를 빠르게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제 피지컬 AI와 연계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선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만큼 실증단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데이터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실증단지가 7개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부산 시범도시 역시 AI 실증단지로 업그레이드 해야 함을 제언했다.

AI 도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 중요성도 제기됐다.

조영태 LH토지주택연구원 도시연구단장은 “우리나라는 200만 대가 넘는 폐쇄회로(CC)TV 데이터를 한 달 만에 폐기하고, 부산 '스마트 빌리지' 같은 리빙랩에서 5년간 쌓인 생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데이터 활용 체계를 전면 점검해 이미 가진 훌륭한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단장은 “앞으로는 물리적 데이터보다 시민이 직접 만들어내는 '휴먼 센서' 데이터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는 것이 AI 시티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피지컬 AI 역시 AI 도시 구현에 필수 영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성낙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팀장은 “스마트시티는 시민 체감이 중요한데, 시민은 바로 옆에서 대응해주는 서비스를 원하고 이 지점에서 피지컬 AI가 중요해진다”며 “단순히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센서나 신호등 같은 도시의 '종단(end-point)' 사물이 직접 AI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팀장은 “과거엔 비용 문제로 어려웠지만 이젠 AI 반도체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며 “중앙의 에이전트 AI와 도시 종단의 피지컬 AI를 연계하는 것이 AI 도시 구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명운 LG CNS 팀장(스마트물류센터 로봇담당)은 “피지컬 AI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고, 기술 발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이 완벽해지길 기다리기보다 지금 활용 가능한 로봇 기술들을 융합해 '빠른 검증'과 '빠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국가시범도시 역시 AI 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함께 진행 중이다.

이계형 스마트시티부산 대표는 “부산 스마트시티는 2020년부터 25개의 서비스를 기획하며 준비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다”며 “AI를 스마트시티를 완성할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고, 기존의 스마트시티라는 거대 담론을 실질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핵심은 3~4년 전에 기획한 25개 서비스 카테고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AI화할 것인가'에 있다”면서 “AI 에이전트 같은 '로지컬 AI'를 도입하고 나아가 로봇이 도시를 순찰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가 필수인 만큼 도시에 특화된 '마이크로 데이터센터'를 구축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원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종과 부산 시범도시를 AI 시티로 전환할지, 그 차별성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현재 가장 큰 딜레마”라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3세대 도시'의 기능들을 기술과 서비스로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 영국C&P 대표는 “'AI 시티가 왔다고 해서 부산 EDC 같은 기존 성과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면서 “U-시티, 스마트시티의 성과를 기념비로만 남길 게 아니라 그 위에 끊임없이 '쌓아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AI 도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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