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맞은 에버랜드 ‘장미축제’
76년 자연농원 개장… 3500그루 식재
로열티 부담… ‘에버로즈’ 40품종 개발
2025년은 720품종으로 ‘로즈가든’ 장식
英 왕실 홍차 마시며 행복 충전은 ‘덤’
“사람들은 왜 장미에 열광할까요?”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장미원에 모인 정원 관람 프로그램 ‘가든 패스’ 참가자들에게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물었다. 이들은 ‘예뻐서’라거나 ‘향기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 그룹장은 가시 때문에 장미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별함을 더한다고 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 꽃 축제로, 국민에게 꽃을 매개로 한 여가 문화를 선보이면서 전국 꽃 축제의 시대를 이끌어왔다. 놀이기구와 동물원 위주 관람 패턴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 장미축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꽃바람 이박사’ 별명을 가진 이 그룹장과 함께 얘기했다.
◆지난 40년… 외래종 속 자체 장미 피우다
1976년 자연농원을 개장하며 장미원에는 장미나무 122품종(총 3500그루)을 심었다. 일본 등 외국산이 대부분이었다. 장미축제는 1985년 시작했다. 150품종(총 5000그루)으로 규모를 넓혔는데, 여전히 외래종이 많아 자존심이 건드려졌다. 원산지 국가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부담이었다.


에버랜드는 2013년 에버랜드표 장미인 ‘에버로즈’ 개발에 착수했다. 진한 향기의 장미끼리 교배하고 더 예쁜 색깔을 위한 연구를 수없이 거쳤다. 꽃잎 색깔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는 등 뜻대로 되지 못한 일도 수두룩했다. 이 그룹장은 장미 한 품종 개발을 위해 ‘씨앗을 1만번 뿌리고 3년을 기다린다’고 표현했다. 연구진의 인내와 열정이 깃들었다는 의미다. 노력의 결과 에버로즈는 현재 40품종에 이른다.
특히 2015년부터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퍼퓸 에버스케이프(Perfume Everscape)’ 품종은 장미원의 보배다.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2022년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기후 국제 장미대회’에서 국산 품종 최초로 최고상인 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80만㎡ 부지에 장미 약 6000품종을 전시해 심사하는 이 대회에서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출품한 41개 품종과 경쟁해 내병충성과 전반적인 인상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버랜드가 경희대·건국대 연구진과 함께 퍼퓸 에버스케이프의 항산화 효과를 입증한 논문은 지난해 9월 과학기술 논문 추가 인용 색인(SCIE)급 국제 학술지 ‘농업의 화학 및 생물학적 기술(Chemical and Biological Technologies in Agriculture)’에 등재됐다.
◆앞으로 40년… 하나의 ‘문화’가 되기를
에버랜드가 장미에 ‘진심’인 이유는 장미원이 하나의 문화를 조성하길 바라서다. 이 그룹장은 “동적인 놀이공원에서 장미원은 사색의 역할을 수행한다”며 “식물이 줄 수 있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꽃을 소비하지 말고 꽃으로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든 패스에 참여한 변소연(38·여)씨 일행의 생각도 비슷해 보였다. 놀이기구 타는 것도 좋지만 장미원만의 특별함을 느끼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변씨는 “장미를 바라본 채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니 힐링된다”며 “가시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만큼 장미의 화려함에 빠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장미의 여러 색감이 선사하는 차분함과 활기, 향기에 아이들 웃음이 더해져 시각과 후각, 청각 등을 만족시킨다는 얘기로 들렸다.


올해 장미축제는 티(Tea·차) 문화를 결합한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를 주제로 총 720품종(300만송이) 장미와 함께 다음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영국 왕실 홍차 브랜드 포트넘앤드메이슨 제품을 활용한 애프터눈티 세트와 우산과 유리컵 등 굿즈도 시선을 끈다. 유명 아티스트 협업으로 조성한 사막여우·홍학 조형물, 키네틱아트와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장미 체험 콘텐츠와 연출 공간이 곳곳에서 예술적 감성을 더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장미와 차 문화, 스토리텔링, 예술 콘텐츠를 결합한 페스티벌을 선보인다”며 “새로운 장미축제를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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