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네치아 '날개 달린 사자상' 분석하니...“메이드 인 차이나?”

2025-09-05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청동 사자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연구진은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 있는 날개 달린 사자 청동상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구리가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채굴된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납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사자상에 사용된 구리 광석의 지질학적 기원이 중국 남동부의 양쯔강 하류 지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납 동위원소는 금속과 원래 광석 매장지를 연결하는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베네치아 사자상은 618년~907년 중국을 통치한 당나라 시대, 악귀로부터 무덤을 지키는 '진묘수'(?墓?)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진묘수 형태로 만들어진 청동상이 베네치아로 옮겨진 뒤, 뿔을 제거하고 귀가 짧아지는 등 당시 성인 마르코에 묘사되는 '날개 달린 사자' 형태로 변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베네치아 출신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와 삼촌인 폴로 형제(니콜로 폴로, 마페오 폴로)가 몽골 궁정을 방문했을 때 이 조각상을 보고 베네치아로 가져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몽골 궁정은 당시 칸발리크(현재 중국 베이징) 위치에 있다.

마르코는 '요한 묵시록에' 날개 달린 사자로 그려졌다. 9세기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옮겨온 이후로 마르코와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지금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의 최우수상은 날개 달린 사자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앞서 베네치아 사자상은 메소포타미아(현재 이라크)나 고대 페르시아, 그리스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연구 공동 저자인 마시모 비달레는 “베네치아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도시지만, 한 가지는 풀렸다. 성인 마르코의 사자는 중국산이며, 실크로드를 걸어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 역시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비달레는 “이 조각성이 언제 베네치아에 도착했는지, 어디에서 재작업됐는지, 누가 그걸 다듬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는 중세 유럽의 주요 무역 강국이었던 베네치아의 지리적 영향력과 세계적인 상호 연결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고고학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게재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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