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합의의 질이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도의 지렛대를 만들었다”며 고율의 관세를 다음달 1일 실제로 부과해 향후 이어질 협상의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대상으론 30% 관세 부과가 예고된 유럽연합(EU)을 들었다. 그는 “우리는 EU에 거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는데 (30%)관세의 수준은 그들에게 더 영향이 크다”며 “EU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로 인해 양측 모두 부담을 안겠지만, 수출에 타격을 받을 EU가 안게될 부담이 더 클 거란 의미다.
베선트 장관은 또 영국과 베트남에 이어 최근 무역합의를 이룬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소개하면서 “그들은 총 5차례 합의안(초안)을 가져 왔는데,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 내부 상황이 아니라 오직 미국인을 위한 최선의 합의를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여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강한 압박을 지속할 거란 뜻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매우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며 조만간 관세 및 무역협상의 초점이 중국과의 담판에 맞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은 불행히도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 석유를 매우 많이 구입하고 있다”며 “미국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석유를 사는 나라에 100%의 2차 관세를 물리게 될 것이고, 우리가 2차 관세를 시행하면 유럽의 동맹도 이에 따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U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러시아산 원유를 매개로 적극적인 대중 협공에 나설 것을 요구한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전날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여 본부장은 오는 25일엔 조만간 출국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지에서 합류해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상대로 한 ‘2+2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번 주 내 출국해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등 통상과 안보 전분야에 걸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최종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하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며 “협상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국내적 정치적 부담에 봉착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관세 시행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와 명분이 시급해진 상황”이라며 “EU·일본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핵심 공급망 관련한 능력을 보유한 한국과의 협상에서 한·미가 윈윈 구조를 예상보다 빨리 이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