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한미 관계는 이제 ‘한국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KorUs Great Again)’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돼야 합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한미관계의 뉴노멀’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김 총리는 “미국이 더 강한 미국, 더 강한 경제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라면서 “다만 한국과 효율적으로 함께하고 적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때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를 ‘한국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현으로 바꿔, 한미 동맹 메시지로 확장해 제시한 것이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산업 전략과 관련해, 인공지능(AI), 바이오(Bio), 콘텐츠·문화(Contents & 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등 이른바 ‘ABCDE’를 주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하는 국제 경제·안보 질서 속에서 ABCDE 산업은 물론 전 산업에 걸쳐 미국과 보완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총리는 “미국이 해양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군 함정 제조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고 신속하게 선박을 제작하는 한국과 왜 공동 생산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느냐”며 “지리적 제약을 넘어 현실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상선은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을 두고 있어 한미 조선협력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관련해서는 김 총리는 “(타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김 총리의 연설에 앞서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 문제를 언급하며 동맹국 역할 확대를 압박했다. 그는 “미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철통 같은 동맹을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2000억 달러에 달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양국 간 균형 잡힌 경제 관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약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국방비 지출만 약 1조 달러에 이르는 만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더 큰 기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김 총리는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이력으로 ‘반미주의자’ 공세가 불거진 데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지적”이라고 말했다. “한미관계를 ‘한국이 군사독재를 하더라도 미국이 지원한다’는 전제에서 보는 건 틀린 관점”이라면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쿠데타”로 지칭한 김 총리는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이해했고,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진로를 일관되게 지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의 미국과 당시의 한미 관계, 2020년대의 한국과 한미 관계는 다르고 그런 만큼 다른 영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며 “당나라의 신라방처럼, 미국의 코리아타운이 신라방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우리 농민들이 미국 땅에 농장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