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넘어 ‘국족’을 고민하자

2025-08-04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7)의 2025 위버멘쉬(초인) 월드투어 열기가 뜨겁다. 홍콩 공연(8~10일)이 다가오면서 중국팬들의 남하가 시작됐다. 지난달 11일부터 사흘간 열린 타이베이 아레나 공연은 암표 값이 6만 대만달러(280만원)까지 솟구쳤다.

경주 APEC 홍보대사 지드래곤의 공연 직후 대만 연합보에 ‘국족(國族) 전쟁’이란 자극적인 칼럼이 실렸다. ‘국족’은 다민족 국가에서 정체성을 일컫는 개념이다. 칼럼은 지드래곤 콘서트를 한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문화 공세라고 주장한다. 블랙핑크·BTS처럼 지드래곤 뒤에는 국가의 정책과 엔터테인먼트 자본이라는 이중 엔진이 있으며, 전 세계의 주의력·금전·문화적 발언권을 ‘약탈’한다고 말한다. 또 GD는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문화입국’ 정책의 성과이자 ‘국족의 화신’이라고 묘사한다.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파워’ 개념까지 빌려 지드래곤은 무력이나 돈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스타일·심미로 세계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드래곤이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한 ‘피스 마이너스 원’ 브로치는 글로벌 히트상품이 됐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문화 산업의 운동장을 뒤엎는 시대다. ‘모방할 수 없는 스타일 문법’과 ‘학습할 수 있는 문화적 인격’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지드래곤은 이제 아이돌을 넘어 문화 생성의 모듈이자 스타일 재생의 노드(지점)라고 칼럼은 평가한다.

나아가 미래 세계에 문화는 오락이 아닌 국력의 영혼이다. 국력 경쟁은 더는 경제 규모나 ‘얼마나 생산하는가’ 대신 ‘세상이 당신을 닮고 싶은가’를 지표로 삼는다며 칼럼은 대만의 각성을 촉구했다.

세계가 지드래곤·블랙핑크의 월드투어와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열광할 때 정작 한국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 어머니와 중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육군 사병이 지난 4월 부대 생활관에서 투신해 크게 다쳤다는 뉴스였다. ‘짱×’(중국인 비하 용어), ‘짭코리아’ 등 혐오 발언에 시달리던 피해 병사는 한국인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국족’에 들어서기 어려웠다.

곧 광복 80주년, 건국 77주년이다. 민족성을 넘어선 대한민국다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배타적인 단일민족,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 논리 틀을 넘어서는 포용적인 ‘국족’ 정체성에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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