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울릉도에 공항이 생겨서 더 자연의 모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벗들과 일주일 동안 여름을 만끽할 예정이었다. 한겨울에 숙박과 배편을 예약했다. 그때는 아득하게 느껴졌던 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오리발과 스노클 물안경을 챙기는 것, 렌트카 예약, 트레킹을 위한 신발과 복장을 챙기는 것 말고는 여행의 아무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울릉도로 떠났다.

학포해수욕장, 통구미항, 내수전, 천부항 등 실컷 물놀이를 만끽했다. 하루에 세 곳을 옮겨 다니며 다이빙을 했다. 물놀이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느낄 무렵부터 우리는 다른 놀거리를 찾았다. 독도박물관, 우산국박물관,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를 찾아다니면서 울릉도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독도박물관은 최근에 지어진 곳으로 독도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의외로 박물관 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은 화면에 소리 없이 영상만 나오는 오래된 영화였다.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주한 미 공보원이었던 험프리 렌지가 울릉도에 거주하며 도 주민들의 생활상을 라는 영화에 담았다. 울릉도의 사람들은 강인해 보이고 맑아 보였다. 문득 ‘이 척박한 땅에 왜 사람들은 살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궁금해졌다.



다음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우산국박물관이 되었다. 울릉도의 옛 이름이 우산국이다. 정확한 건국 시기는 알 수 없으며 삼국유사에 신라가 우산국(현 울릉도와 독도)을 정벌한 기록이 역사의 첫 기록이라고 한다. 우산국박물관에서도 전시된 것들은 대부분 신라의 기록이었다. 울릉도의 역사가 궁금한 우리에게 또 의외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 나오는 고분이 궁금해졌다. 가장 가까운 ‘남서리 고분군’으로 가는 길을 직원에게 여쭸더니 “그곳은 칡밭이 되어버려 가봐도 찾지도 못해요. ‘현포리 고분’이 보존이 잘 되어있는 편이니 궁금하면 거기로 가요.”라고 말한다.
헛걸음을 줄이기 위해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를 앞서 찾았다. 그곳은 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보존된 적산가옥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의 기록과 역사 서적, 사진, 영상이 전시되어있었다. 거기서도 가 상영되고 있었다. 심지어 소리도 나왔다. 벗들은 기뻐하며 그 영화를 감상했고 그 사이 필자는 1층의 서적을 탐독했다.



울릉도에는 고인돌 유적지도 있는데,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3년 국립박물과 조사보고에 따르면 현포리에서 발견된 고분이 총 38기였지만, 도로개설, 학교신축 등으로 훼손되고 단 10기만 경상북도 기념물 제 7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는 기록을 찾았다. 추산 성불사 앞 밭자락에 바다를 바라보는 고분 1기의 기록 등 다양한 고분의 기록에 반가웠다.
‘울라’라는 커다란 고릴라 조형이 유명한 카페도 가 볼 겸해서 추산 성불사로 향했다. 현대적 관광지와 오래된 역사가 함께 있는 곳을 찾았다. 카페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근처 상권이 발달하고 있었다. 신축건물이 많이 들어섰고 새로운 건물이 공사 중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인접한 성불사는 고요했다. 우리는 고분의 흔적을 찾았다. 경내를 꼼꼼하게 다 돌아봐도 고분은 보이지 않는다. 종무소에 들어가 고분의 위치를 물으니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현포리 고분을 찾아 나섰다. 가장 많은 고분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책에서 고분이 가장 많이 있다고 기록돼있는 주소를 찾아가니 이번에도 풀밭이 되어있었다. 양봉을 하는 마을주민에게 길을 물어 가장 보존이 잘 돼있다는 고분으로 간다. “현포는 고분 때문에 개발도 안 되고 망했지.”라는 푸념도 덧붙인다. 벗들은 지쳐서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했다. 드디어 찾고 찾아 1기의 고분이 있는 곳에 달했다. 고분 입구에는 무화과가 자라고, 깻잎도 자라고 있지만 그래도 고분의 형태를 온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우산국 사람들의 흔적을 찾은 것이 기뻤다.
그 기쁨도 잠시, 경주에서 봤던 잘 보존된 고분들과 다르게 같은 시기 혹은 그 이전에 만들어진 울릉도의 고분들은 이렇게 방치돼 있다. 신라의 것과 다른 고유한 역사의 기록이었다. 오래된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치가 깊어지는데, 귀한 보물이 진흙 속에 묻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땀범벅이 되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 공사가 한창인 공항 부지를 지나온다. 개발되고 편리해지는 것들 뒤로 옛것과 자연이 사라지는 것에 깊은 아쉬움이 들었다.
노진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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