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만물도깨비 경매장 박영걸 회장
1톤 분량 세상의 모든 물건
90분 만에 팔아치우는 마법
가성비 좋은 물건 득템하고
걸출한 박회장 개그에 폭소한마당
하루 10시간 연중무휴 놀이터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도 부담없어
1만평 규모 ‘경매랜드’ 꿈꾸며
오늘도 경매장 들었다 놨다
“온풍기, 거의 새것이야. 봐, 잘 켜지잖아. 이거 하나면 올겨울 얼어 죽을 일은 없어. 일단 만 원부터 시작해. 이만 원. 아이고 두 명이네. 둘이 가위바위보 해. 뒤에 아줌마가 이겼네. 이만 원 비싸니까 만오천 원에 줄게.”

걸출한 입담에 정신이 팔린 채 순식간에 온풍기 한 대가 팔린다. 시작가는 터무니없이 싸고 진행은 경매사 마음대로. 경쟁이 붙으면 가격을 올리는 대신 가위바위보로 구매자를 결정한다. 경매사 판단으로 올렸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싶으면 가격을 내려버린다. 경매사 마음대로 진행하는 경매지만, 입찰자들은 싱글벙글 즐겁기만 하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만물도깨비경매장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로 열린다. 적재함을 가득 채운 1t 트럭 한 대가 들어 서면 박영걸 회장의 눈코 뜰 새 없는 ‘경매 쇼’가 시작된다. 트럭 한 대 분량의 수많은 물품을 전부 다 팔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반. 매일 엄청난 양의 물건이 들어오기 때문에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경매사 마음대로 가격을 지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의 경력이 쌓인 노하우로 책정하는 가격들이다. “쉬는 날이면 대형마트나 전자상가들을 돌아다니며 물건들 가격 파악을 해요. 작년에는 밥솥이 얼마였고, 요즘 잘 나가는 자전거는 얼마쯤 하는지 알아야 나도 물건을 팔 수 있죠.” 속도감 있는 경매의 비결은 매일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매번 물건이 팔리진 않는다. 가끔 실제 가치보다 입찰자들이 원하는 가격이 많이 낮을 때는 무료로 물건을 나눠줄 때도 있다. 먼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나, 박 회장의 입담을 구경하러 온 노인분들에게 주로 기회가 주어진다.
박 회장은 경매 실력과 더불어 유머러스한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긴 경매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데 그의 입담도 한몫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약국에서 일하며 약이 조제되는 동안 어린이, 젊은 여성,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때는 병원을 잘 안 가던 때라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아프면 일단 약국을 찾았어요. 오랫동안 사람들을 봐오다 보니, 얼굴만 봐도 이 사람이 영양제가 필요한지, 생리대가 필요한지 느낌이 왔죠.”
평소에는 생활가전용품들이 주로 나오는 경매장이지만, 가끔 상상도 못 할 물품들에 대한 의뢰도 온다. 경매에서 팔아달라고 가져온 수석(壽石)에 자성이 있어 조사해 보니 운석이었던 적도 있다. 아는 후배가 경매에서 좋은 무스탕 옷을 하나 이만 원에 구매했는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금장 롤렉스 시계가 나와 당황하며 박 회장을 찾았던 적도 있다.
1960년대, 큰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갔던 박 회장은 주말에 열리는 길가 경매에 관심을 가졌다. 30~40명이 모여 각자 자기가 쓰던 물건들을 경매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정서에 맞는 경매를 꾸려보고자 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는 보따리장수, 고물상, 노점상 등 다양한 장사를 해보며 경험을 쌓은 뒤 만물도깨비경매장을 열게 되었다.




지금도 주말만 되면 경매장이 가득 차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박 회장의 꿈은 더 크고 전문적으로 세분화된 경매장을 차리는 것이다. 한 곳에서는 가전만 전문으로, 다른 곳에서는 신발만 전문으로 팔아서 입찰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경매장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요새 캠핑카가 잘 안 팔린다는데, 그걸 전부 사다가 앞에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사람들이 와서 하루 종일 즐기다 갈 수 있는 그런 경매장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1만 평 규모의 ‘경매 랜드’를 꿈꾸며 박 회장은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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