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하늘을 달리는 붉은 말, 그 아래 양지바른 마을,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하귤, 붉은 동백, 오밀조밀 들어선 집들, 그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 달려오는 새해, 다가올 봄이 이 안에 있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화가 이왈종(81·사진)이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보내온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 시리즈 신작이다. 세밑의 아침, 서귀포에서 전화를 받은 화가는 “세상은 늘 움직인다. 슬픔이 기쁨이 되고, 절망이 희망이 된다”며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고 노력하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말이 날고, 수선화가 집채만 한 그림 속 세상에 대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지만 향이 진한 수선화의 좋은 향이 온 세상에 퍼지려면 큼직하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신문을 잘 오려서, 혹은 모니터 바탕화면에 저장해 두고 가까운 곳의 행복을 떠올리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아침 8시 반이면 일어나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가족들 밥 세 끼 먹일 수 있고, 그림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1945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인왕산 주변의 일상을 그린 ‘생활 속에서’ 연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생활 속의 중도’라는 제목으로 민화풍 그림을 그렸다.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로 있던 1990년 안식년을 맞아 제주에서 지내곤 이듬해부터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에 자리 잡았다. 장소가 바뀌면서 그림도 바뀌었다. 한지에 수묵의 실경산수에서 장지에 아크릴, 밝고 따뜻한 색감의 민화 같기도 만화 같기도 한 그림이 됐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때론 그림에 말풍선을 그려 이렇게 적는다.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 양극단의 것을 가운데로 모으면 제로가 됩니다. 그때의 마음이 제일 편하죠.” 팔순 화가가 말하는 ‘제주 생활의 중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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