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고척 두산-키움전. 키움이 1-0으로 앞선 8회초 1사에서 선발 케니 로젠버그가 두산 임종성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체크 스윙 판정에 항의하던 홍원기 키움 감독이 퇴장까지 당해 키움 측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상황.
키움은 마무리 투수 주승우를 로젠버그 뒤에 바로 붙였다. 주승우는 1사 1루에서 첫 타자 김인태를 투수 땅볼로 잡은 뒤 정수빈과 제이크 케이브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다. 침착함을 잃지 않은 주승우는 양의지를 상대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2루수 김태진의 호수비에 힘입어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키움은 9회초 베테랑 원종현을 올려 1점 차 승리의 마침표를 찍고 10연패에서 탈출했다. 외국인 선발 로젠버그의 호투뿐 아니라 주승우를 빠르게 투입한 결정도 주효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일 두산전을 앞두고 “현재 불펜에서 제일 강한 투수인 주승우를 빨리 올린 건 경기 전 플랜”이었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키움은 투·타의 동반 부진 속에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불펜진 평균자책은 6.74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6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키움 불펜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 몫을 해준 투수가 마무리 주승우다. 주승우는 17경기 2승1패 1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 2.84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키움은 세의브 상황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팀에서 가장 강한 불펜 투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7, 8회 위기에서 주승우를 투입해 승기를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했고, 어제(31일)부터 주승우를 앞으로 당기고 그래도 경험이 있는 원종현을 9회에 쓰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계획대로 주승우-원종현으로 승리를 지킨 키움은 앞으로도 이 순서를 유지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두 선수에게 모두 이야기를 했고, 상황을 이해했다”며 “특히 원종현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당분간은 어제 같은 불펜 운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