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전에서 지상전의 승리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무기체계를 꼽는다면 단연 ‘자주포’다. 한국은 북한의 포병 전력에 맞서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서 자체적으로 자주포를 개발·생산했다. 그 주인공은 ‘K-9’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K-9 자주포의 전 세계 자주포 수출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수출 국가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인도,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이집트, 호주, 폴란드, 루마니아 등 10개국에 달한다. K-9 자주포 운용국 중 나토 회원국만 튀르키예,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6개국이나 된다. K방산 무기 중에서도 수출 효자 품목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9 자주포의 총 수출 규모는 일부 수입국이 구체적인 규모에 대한 비공개를 요구해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지만 1400문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촤근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K9 자주포의 아성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는 모습이다.
당장 전차강국 독일은 궤도형 ‘PzH2000’ 자주포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인 ‘RCH155’를 선보여 우크라이나와 영국에 잇따라 수출하는 데 성과를 올렸다. 영국도 BAE 시스템스와 스웨덴 보포스 AB의 합작품인 ‘아처(Archer)’ 자주포를 전면에 내세워 수출 경쟁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대목은 K9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자로 ‘SH-16A’ 차륜형 자주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이다.
통상 K9 자주포의 맞수로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사인 KNDS에서 생산한 PzH2000 자주포를 꼽는다. 하지만 중국도 꾸준히 자주포를 수출해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산 ‘M109 자주포를 기반으로 만든 ‘K55’ 자주포를 생산하던 시절에 M109를 모방해 독자 개발한 88식 자주포를 개량한 수출형 자주포 ‘PLZ-45’를 자체 개발해 중동에 수출하기도 했다.
PLZ-45 자주포는 33톤의 중량에 517마력의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기동력과 방호력은 M109와 유사하지만 M109나 K55 보다 포신이 긴 155㎜ 45구경장 화포를 탑재해 최대 사거리가 39㎞로 아주 길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1997년 쿠웨이트에 54문,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50문을 수출한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 자주포의 또 다른 수출 효자 품목이 있다. 산악지형 및 신속 전개 부대용으로 만든 ‘PCL-181’을 수출형으로 개조한 ‘SH-15’ 차륜형 자주포는 인기가 많다. SH-15의 가장 큰 고객은 파키스탄이다. 2022년부터 230문 이상을 구매했다. 인도와의 분쟁 때문에 현재도 추가 구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인도·파키스탄 분쟁 당시 인도 서북부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의 SH-151 차륜형 자주포의 맞상대로 인도 육군의 K-9 ‘바주라’(Vajra-T)가 나서 서로 포탄을 주고받은 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제 플랫폼은 중국군이 보급·병력 수송용으로 운용 중인 ‘샤크만’(SHACMAN) 트럭을 개조했다. 트럭형 자주포로 반자동 장전 장치가 설치돼 있다. 3발의 포탄을 각도를 달리해 동시에 탄착시키는 MRSI(Multiple Rounds Simultaneous Impact) 기능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155㎜ 주포도 구경장이 52구경장이라 최대 사거리가 포탄에 따라 최대 53㎞에 달한다. 방탄 장갑을 적용하고 탄약고와 승무원 탑승 공간, 포와 화력통제 장비 등을 장착했다. 6명의 승무원과 20여 발 이상의 포탄과 장약을 탑재할 수 있다.
다만 SH-15 자주포는 저가형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빠르게 기동하는 신속 전개 부대에는 적합하지만 화력과 방어력이 부족하는 평가를 받는다. 장전 중 승무원들이 노출되고 적의 대포병 사격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SH-16A, 자동장전 장착 화력 대폭 개선
중국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기 때문에 최근 이를 개선해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기종을 개발했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신형 자주포 ‘SH-16A’를 처음 공개했다. SH-15의 장점인 기동성에 공격력과 방어력을 크게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SH-16A 자주포의 장점으로 차제가 기존 트럭이 아닌 차륜형 장갑차를 바탕으로 개조됐다는 점이다.
차체에 사용된 VN-22 8륜 장갑차는 24~30t 규모의 차륜형 장갑차다. 미국과 유럽의 신형 차륜형 장갑차와 경쟁하고자 STANAG 4569 레벨4 이상의 방어력을 갖췄다.
14.5㎜ 중기관총과 지뢰 및 급조폭발물(IED) 방어력을 지녔다. 디지털 전장 시스템도 적용했다. 여기에 14t급 원격제어 무인 포탑을 탑재해 30발의 포탄과 장약을 적재할 수 있고 완전 자동장전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SH-16A는 최대 3명 여건에 따라 2명만으로도 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55㎜ 주포는 SH-15와 같은 52구경장으로 최대 사거리도 56㎞로 같다. SH-15와 달리 자동장전 장비 탑재로 화력이 대폭 향상됐다. 목표물 입력 후 30초 이내에 첫 탄 발사가 가능해 분당 6발을 지속 사격할 수 있다. 특히 포탄 장약을 점화하는 점화기로 레이저 점화 시스템을 사용해 사격 안정성과 신뢰성을 끌어 올렸다.
대당 가격이 약 42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추정돼 독일의 RCH155 자주포 보다 저렴해 중동 및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K9 자주포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