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성인 네 명 중 세 명은 가벼운 물건 나르기, 고속으로 자전거타기 등 평소보다 몸이 조금 힘든 수준인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실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도시로 갈수록 직업환경, 생활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신체활동이 적었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은 만성질환과 정신건강과도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지녔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상세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이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비율이 지난해 기준 26.6%에 그쳤다고 밝혔다. 2019년 24.7%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19.8%, 2021년 19.7%로 급감한 후 2022년 23.5%, 2023년 25.1% 등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달리기·등산 등 숨이 많이 가쁜 고강도 신체활동을 1일 20분 이상으로 주 3회 이상 하거나, 천천히 하는 수영과 배드민턴 등 숨이 약간 가쁜 중강도 신체활동을 1일 30분 이상으로 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을 말한다. 직업활동은 포함됐고, 걷기는 제외됐다.
도시 유형별로는 대도시 거주자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이 26.5%로 농어촌(28.2%)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도 제주(33.0%), 경남(31.8%), 충북(29.8%) 등이 높았던 반면 서울(26.8%), 경기(25.4%) 등 수도권 및 부산(25.8%), 광주(23%) 등 광역시권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도시가 자동차·대중교통 중심으로 생활환경이 짜여져 있고 좌식 작업 비중이 높은 사무직군이 많을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 등으로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별과 연령대로 분류했을 때는 젊은 남성의 신체활동 실천이 많았다. 남성이 30.2%, 여성이 19.5%로 10.7%p 차이를 보였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32.3%로 가장 높고 70대 이상에서 13.8%로 가장 낮았다. 회귀분석 결과에서도 남성이 여성 대비 1.7배 높게, 20대가 70세 이상 대비 2.1배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상태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진단 경험이 없는 집단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경험이 있는 집단에 비해 1.1배 높았다. 정신건강 면에서도 우울 증상을 경험하지 못한 집단의 실천율이 경험 집단보다 1.2배 많았다. 다만 고혈압·당뇨나 우울 증상과 신체활동 실천율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우리나라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58.1%(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로 같은 시기 전 세계 지표(31.3%)의 1.9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신체활동 부족률은 일주일 동안 중강도 신체활동을 150분 이상,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75분 이상 실천하지 않은 성인의 비율이다. 그는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소홀히 하면 만성질환 위험은 물론 정신건강 저하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