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A 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에 출연한 진영(본명 정진영)은 극 중 주인공 김영란(전여빈)이 부세미로 이름을 바꾸고 유치원 선생님으로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내려간 무창에서 만난 인물 전동민을 연기했다. 딸기농장을 하는 싱글대디로 차분하면서도 내향적인 성격으로 조금씩 영란의 마음속에 젖어 드는 로맨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외부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뿐, 실제 작품이 시작되자 그의 존재감은 여러 군데에서 치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전여빈이 펼쳐놓는 액션에 그리고 김영란에게 과제를 주는 가성호 회장(문성근)의 존재감에 밀렸다. 후반부 복수가 시작될 때는 오히려 변호사 이돈(서현우)이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현우와 전여빈의 호흡이 많았다.
거기에 계속 영란의 정체를 의심하며 마음을 주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로부터 ‘고구마 전개의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분명 남자주인공을 꿈꾸고 출연을 한 배우라면 여러가지로 곤란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진영은 그런 평가에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보다 더 큰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1, 2회는 빠른 전개로 작품이 빨리 끝났어요. 전동민의 캐릭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또한 영란과 가성호 회장님의 분량이 많아서 할 것이 없었어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분량 욕심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것이 참된 역할이 아닌가 싶었어요. 사실 제작사에서는 걱정해주신 것 같았어요. ‘분량이 적은데 괜찮냐’고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할 일이 많았고, 결정적인 부분에서 세미를 구하기도 하니까 안타깝진 않았습니다.”
분량에서의 평가는 나뉠 수 있지만 전동민 캐릭터는 진영에게 여러가지 할 일이 있는 캐릭터기도 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차분한 인물 그리고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로맨스. 무엇보다 전 작품에서 교복을 입었던 입장에서 아들을 키우는 싱글대디 역도 해야 했다. 부성애를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숙제도 있었다.
“캐릭터가 제게도 생소한 부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교복을 입었던 이미지도 있다 보니, ‘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 제게서 아빠를 떠올리실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좋아해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고구마 캐릭터’라는 말씀도 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동민으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전 선생님들이 계속 상처를 주고 떠나니 부세미 선생님에게도 금방 마음을 줄 수 없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배우 전여빈과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도 그의 연기생활에서는 큰 수확이었다. 나이는 전여빈이 누나였지만, 정작 연기에 대한 경력은 진영이 조금 선배였다. 전여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진영은 미처 몰랐다. 그래서 계속 촬영 내내 “누나” “선배님”이라고 이야기하다, 인터뷰를 하던 와중 비로소 그 사실을 알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말 천사 같은 분이에요. 저도 속으로 ‘와, 이런 분이 존재하는구나’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성격은 정말 천사 같지만, 작품에서는 세밀한 부분도 잘 준비하고 챙겨오시니까 상대역으로서는 의지가 솟아오르게 하는 느낌이셨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친해졌고요. 다음 작품을 할 때 쓸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영은 벌써 올해에만 기자를 두 번째 만났다. 하나는 올 초 막을 내린 KBS2 ‘수상한 그녀’에서였고, 그 사이 대만에서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을 찍었다. 미리 찍어놨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까지 포함해 진영은 무려 올해에만 네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인사했다.

“대만영화는 다음 달 24일 개봉을 해요. 거의 대만에서 3개월을 체류하며 찍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동민 역할을 했었던 것처럼, 저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안 해본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대만영화 역시도 대본을 보고 처음 다섯 번 정도 울었을 정도로 감명이 깊었거든요. 영화를 개봉시키고, 올해는 팬미팅 투어도 하면서 보람있게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B1A4로 2011년 데뷔했고, 연기로도 벌써 12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교복 연기를 선호할 정도로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그의 청량한 이미지를 넘어서는 ‘그 너머의 무언가’를 향해 조금씩 의지가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걸음에, 한 숟가락에 모든 게 채워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뭐든 열심히 하다 보면 목표에 다가설 것이라 믿는다.

“예전에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잘하시지?’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인위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이 들어가기보다는, 당장 이 순간을 느끼는 배우. 일상처럼, 평상시처럼 다가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지금의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