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핵심인 민생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이동하는 전용기(공군 1호기) 안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소비 진작과 소득 지원) 두 가지 측면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그래서 일단 두 가지를 섞어서 하는 게 어떻겠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만약 소비 진작의 측면이 강하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역차별인 측면이 있다”며 민생지원금 지급에서 고소득층도 배제하지 않는 보편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 진작 측면만 있다면 저는 동등하게 하는 게 당연히 맞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금 서민 살림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소득 지원 정책의 측면이 없는 건 아니어서 소득 지원을 강조하면 당연히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며 차등 지급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게 오히려 소비 진작에 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고소득층에 지원하면 기존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되 저소득층에게는 더 주는 차등지급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재정 당국의 안을 보고, 당정 협의도 해야 하니까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과거 그의 기본소득 입장과 다소 다르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인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액수를 지원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경기지사 재임 시 폈던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가 되면 소득과 관계없이 10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었다. 이 대통령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부자한테 세금만 걷고 가난한 사람한테 복지를 늘리면 복지의 함정”이라며 부자를 기본소득 정책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변화는 이번 대선 때부터 보였다. 대선 공약집에 트레이드마크 정책인 기본소득이 빠진 것이다. ‘기본소득 설계자’라고 불렸던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나 내각에 포함되는 대신 국정기획위를 책임지게 됐다. 대신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기본소득에 부정적이었던 관료 출신(김용범)에게 맡겼다.
윤성민 기자, 캘거리=오현석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