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도 벅찬데 탄소 감축까지”…산업계 “현실 외면한 NDC”

2025-11-11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확정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 대비 53~61%의 목표치가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석유화학 업종은 “생존 자체가 버거운 판에 탄소 감축은 무리”라며 난색을 표출하고 있다.

“현실성 요원한 바이오나프타”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의 NDC 핵심 수단 중 하나는 기존 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친환경 대체재인 ‘바이오나프타’로 전환하는 것이다. 바이오나프타는 폐식용유나 도축 잔재, 식물성 기름 등을 원료로 만든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나프타를 대체하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간의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6개사의 연간 바이오나프타 투입량은 약 4만6000톤(t)에 불과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설정한 2030년 NDC 바이오나프타 목표(1180만t)의 약 0.38%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50만t으로 목표를 대폭 낮췄지만, 조정 기준을 적용해도 달성률은 9.2% 수준에 그친다.

업계는 “경제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바이오나프타 가격은 t당 1600달러(약 215만원)로, 일반 나프타(550~600달러)의 약 3배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싼데 만들어도 살 기업이 없어 주문이 들어올 때만 제한적으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올해 2월 보고서에서 2030년 글로벌 바이오나프타 생산 전망을 880만t(2020년 기준)에서 170만t으로 80% 이상 하향 조정했다. 폐식용유 수거 체계 등 인프라 정비가 더디고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공급망 확장이 제자리걸음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폐식용유나 도축 잔재에서 얻는 지방은 대부분 지속가능항공유(SAF)로 쓰이고, 비식용 기름작물(자트로파 등)은 기후·토양 한계와 낮은 농가 참여율탓에 진척이 더디다는 평가다.

산업계 ‘탁상 목표’ 지적 한목소리

이러다보니 업계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지난해 주요 석화 10개사는 합산하면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기업들은 2030년까지 370만t의 에틸렌 감축 목표에 맞춰 수직계열화, 공정 효율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오나프타 투입, 연료 전환, 자원 순환 등 탄소 감축 수단은 모두 설비 교체와 공정 개조가 필요한 고비용 전략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목표에 비해 현실적 이행 수단이 미흡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는 철강·자동차·시멘트 등 다른 산업에서도 나온다.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간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고도 실행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어 산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이날 논평을 통해 “수송 부문 감축 목표를 유지하되 감축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무공해차 보급 비중은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부족한 감축분은 교통·물류 부문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시멘트는 고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공정 특성상 다량의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데, 건설 수요 급감으로 투자 여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며 “혼합시멘트 등 감축 수단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부 지원과 시장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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