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내부 자금세탁방지(AML) 전문 인력이 4년 새 3배 규모로 늘어났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대감과 함께 AML 중요성이 대두되자, 각 은행은 각종 지원책을 강화해 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국제 공인 자금세탁방지전문가(CAMS) 자격 취득자는 812명으로 2021년 233명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352명으로 가장 많은 자격 인력을 보유했다. 이어 △NH농협 177명 △우리은행 160명 △KB국민은행 77명 △하나은행 55명 순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2021년 76명에 불과했던 CAMS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며 가파른 확장세를 보였다.
CAMS는 세계 각국 금융기관과 규제기관에서 금융시스템 보호를 위한 국제 기준으로 인정받는 라이선스다. 180개 국가 8만명 이상 회원이 가입된 세계 최대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ACAMS) 주관으로 발행된다.
5대 은행 공인 국제제재전문가(CGSS) 자격 보유자 역시 같은 기간 대폭 늘었다. CGSS는 UN, EU, 미국 등이 부과하는 제재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외 송금, 수출입금융, 해외 투자 등의 국제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재 위반 리스크 최소화 역할을 수행하는 ACAMS 주관 자격증이다. 통상 CAMS 취득 인력이 CGSS까지 추가로 획득해 AML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 2021년 37명에 불과했던 5대 은행 CGSS 자격 보유자는 2023년 80명, 올해 139명까지 늘었다.
자금세탁방지 국제 공인 자격증은 국내에서 2018년 금융감독원이 AML 관련 고강도 검사를 실시함에 따라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1년 온라인 시험 시스템과 한국어 시험이 도입되고, 같은 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금융권 AML 중요도가 주목받자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인력을 대거 확보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제도화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금융권 AML 전문 역량 강화는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올해 들어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내놓고 협의체에 참가하는 등 관련 사업 진출을 공개적으로 준비 중이다. 가상자산은 정부 검사 및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타 자산 대비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은 자산으로 꼽힌다.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관련 법령 제정 과정에서 가상자산 고유 특성에 맞춰 자금세탁 위험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인 가상자산 매매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는 등 AML 리스크가 증대됨에 따라, 은행권도 선제 대응과 함께 전문 역량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각 은행은 AML 강화를 위해 사내 임직원 자격증 취득 독려와 자체 인력 양성에 집중한다. 대부분 은행은 임직원에 200만원 이상의 자격시험 응시료와 멤버십과 교육 등에 사용되는 유지비용을 지원하고, 연수 평정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ML 전문교육기관의 AML 전문가 과정과 직급·직무별 차별화 교육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국내기업 최초로 ACAMS 기업회원 서비스를 도입하며 국제 기구 가이드라인과 제재 사례 등 전문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부통제 마스터제도를 신설해 아이콘 부여에 따른 AML 문화를 확산하고, 국내 주요대학 및 기관과 전문가과정을 지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등 신사업에 내재한 AML 리스크에 대응하고, 임직원 자금세탁방지 인식 및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각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AML 규율 강화로 금융거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