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재발견, 새로 쓰는 완주문화관광지도] (2) 완주 조아지구, 사람과 땅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

2025-07-21

완주에는 친환경기업 조아지구가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폭염 속, 한낮에 건물 밖으로 나서면 숨쉬기조차 힘들다. 그늘이라고 시원한 것만은 아니다. 전국이 뜨거운 열기로 몸살을 앓고 전 세계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점은 지구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중심에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흥청망청 써왔던 자원과 환경에 대해 무관심한 결과라는 말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협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 시절, 잠깐 좋아지기도 했으나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환경에 관심이 있든 없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있다. 조아지구 이선미 대표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하나이다. 자신들의 상표 이름에 지구를 넣을 정도니 지구 사랑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버리는 깻묵이 돈이 된다고요?

조아지구의 출발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버려지는 것을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까? 그것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같은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귀한 상품이 된다.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있는 자에게는 세상이 다 돈으로 보인다.

마침 거래하던 업체에서 들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의 처리문제를 고심하고 있었다. 적은 양이야 어떻게든 처리가 가능하지만 매일 부산물이 나오는 업체라면 사정이 다르다.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그 처리를 맡겠다고 나섰다. 이미 커피박 재활용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기도 했지만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하기에는 깻묵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자신의 제품에 방부제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식품 부산물을 처리하는 사업을 하면서 방부제나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무모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남들이 하지 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처음 이 길에 들어서면서 마음먹었던 초심만큼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애써 쉬운 길을 돌아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기를 택한 셈이다.

눈 뜨고 잠들 때까지 틈만 나면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부산물을 건조하고 분쇄하고 적절한 비율을 맞추는 게 재료 개발의 핵심 노하우인데 아무도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체험용과 공예용, 그리고 굿즈용은 각 재료의 비율을 다시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한 번은 대량으로 만들고 다른 지역에 다녀오니 애써 생산한 제품이 온통 곰팡이로 변해 황망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 노력은 오래지 않아 보상받았다. 다른 지역에서 토마토와 당근 껍질을 이용한 제품 개발을 의뢰받았기 때문이다.

조아지구는 무엇을 하는가?

공동체와 협동조합, 지금의 주식회사 조아지구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 조아지구는 상품 개발, 체험 관광객 유치, 환경교육을 주된 사업으로 진행한다. 상품 개발은 완주에서 나오는 식품 부산물인 커피 찌꺼기, 깻묵, 쌀가루 등이 주원료이다. 그냥 버려질 쓰레기들이 조아지구 식구들의 손이 닿으면 근사한 상품으로 바뀐다. 특히, 어르신들은 옛 추억 때문인지 깻묵으로 만든 상품에 호기심을 보이고 애정을 표현한다.

체험 관광객은 현재 조아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특히 비건 점토 제품의 경우, 아이들이 입에 넣어도 괜찮을 정도로 제품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다 사용한 조아지구 제품은 화분에 주면 자연 분해되면서 비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만점이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술지게미를 이용한 힐링 체험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최근 조아지구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환경교육이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 평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환경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학부모들도 당연히 좋아한다. 짧은 기간에 지자체와 기관에서 실시한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이 500회를 넘을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조아지구가 꿈꾸는 완주의 미래

친환경기업을 추구하는 조아지구는 욕심이 많다. 이 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쉬지 않고 행동에 옮기고 실험을 한다. 주변에서 버려지는 새로운 재료로 제품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제품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아직도 사람들이 환경과 생태,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식이 바뀌면 실천으로 이어질 테고 실천은 행동을 낳음으로써 자연스럽게 환경교육이 생활로 이어지는 선순환효과가 가능하다. 다행히 이번에 조아지구 제품이 완주군 고향사랑기부제 상품에 선정됨으로써 지역 홍보와 친환경제품 마케팅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이렇게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노인 일자리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앞으로 청년들도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완주에서 조아지구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그들에게 나도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은 게 이 대표의 솔직한 바람이다.

완주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조아지구를 처음 방문한 이라면 낯선 풍경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논 한가운데 건물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비어 있던 이 건물에 입주하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 대표는 각오를 다졌다.

“사람들이 이 공간을 사랑하게 하자.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나중에는 다시 찾게 하는 싶은 완주의 랜드마크를 만들자!”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최근에 선진지 견학으로 찾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고 체험관광객 수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공간에서 제품 제작부터 체험교육까지 조아지구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 대표는 이 공간에서 작은 규모의 오페라 공연도 하고 싶고 시 낭송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하고 싶다. 이 대표는 조아지구가 공연이나 워크숍 공간이 많지 않은 완주 군민들을 위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완주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주저 없이 ‘자연’을 답했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좀 더 오래 가까이하기 위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고 늘 이야기한다. 불필요한 전등 끄기, 쓰레기 분리 수거하기 등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이 모여 지구의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개인의 활동은 미미하지만 마음이 모이고 뜻이 합쳐지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조아지구는 그 힘을 바탕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조아지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이 대표의 하루는 짧다.

 글 =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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