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잘못 갖고 특정종교 전체 매도 안 돼”

2025-08-19

‘국제인권법 전문가’ 듀발 변호사

日 법원 가정연합 해산 명령에

“종교 자유에 대한 몰이해” 지적

韓 특검팀 수사에도 우려 표명

“정치적 목적 이용 시도는 잘못”

“유럽의 경우를 보십시오. 천주교 성직자 일부가 성범죄 등에 연루됐다고 해서 ‘천주교를 해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는 다른 주요 종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단에 속한 소수의 잘못만 갖고 특정 종교 전체를 없애자느니 금지하자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프랑스 출신 패트리샤 듀발 변호사가 일본 1심 법원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해산 결정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소르본 대학교 출신의 국제인권법 전문가인 듀발 변호사는 유럽인권재판소, 유럽안보협력기구(CSCE), 유럽연합(EU),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며 소수 종교 신도들의 권익과 신념을 옹호해왔다. 19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듀발 변호사와 만나 종교의 자유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듀발 변호사는 지난 3월 도쿄지법이 일본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가정연합에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을 강하게 성토했다. 재판부는 ‘가정연합이 신도들에게 헌금 납부를 강요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는데, 이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라는 것이 듀발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근거로 “종교 신도가 정신적 보상을 위해 헌금을 내는 행위를 과학적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헌금 납부에 강압이 있었다는 의혹만 갖고 유죄로 단정하는 것은 서양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주류 종교’가 아닌 소수 종교를 제재하기 위해 꺼낸 카드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일본 가정연합은 1심의 해산 명령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도쿄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직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일본 집권 자민당은 가정연합 자산을 사실상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가정연합은 “국가적·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가가 나서 종교단체 해산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듀발 변호사는 한국 가정연합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특검팀은 전직 가정연합 간부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거액의 장신구 등을 선물하며 이권 관련 청탁을 한 정황을 잡고 ‘뇌물수수’ 혐의에 해당하는 것 아닌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국내 가정연합의 본부에 해당하는 경기 가평군 천정궁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데 이어 가정연합 간부 여럿도 이미 특검 소환조사를 받았다.

“소수의 잘못을 갖고 종단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고 단언한 듀발 변호사는 아직도 이른바 이단(異端)으로 불리는 종교에 대한 ‘여론 재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몇몇 주류 종교에 반(反)이단 기구가 존재하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주류 종교들이 소수 종교를 공격해 없애려는 것으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국제인권법이 명백히 금지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종교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부는 모든 종교들 사이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김태훈 논설위원, 정리=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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