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방침에 여신금융협회 내부에서도 신기술금융사(신기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협회의 차기 회장 선거에도 신기사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여신협회에 가입된 신기술금융 회원사의 수는 124개사에 이른다. 2022년말 78개사에서 2년여만에 50개사 가까이 늘었다. 여신협회 주요 회원사인 카드사와 리스·할부사의 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증가했다. 신기사 회원이 협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회원사가 아닌 신기사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넥슨의 총수 일가가 설립한 벤처캐피털(VC) NXVP와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팍스톤인베스트먼트가 지난달 신기사 등록을 마쳤다.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쏠리드엑스도 지난 7월에 신기사로 신규 등록했다.
여타 여전업권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멈춘 것과는 달리 신기사는 지속 증가 추세다. 신한캐피탈 등 리스나 할부에 집중하던 여전사마저도 점차 신기술투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기사 회원사가 증가하면서 여신협회 내부에서 신기술금융 관련 업무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를 내걸고 민간 차원의 벤처투자 확대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뒤따르는 각종 실무 절차에 대한 교육은 물론 정책 건의까지 끊이질 않고 있다.
협회가 최근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협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기사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이에 협회는 신기사 회원의 목소리를 이사회 차원에서 반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협회 업무 비중 등을 살피기 시작했다. 현재 여신협회 이사회는 전업 카드사 7개사와 캐피탈 6개사, 신기사 1개사(IBK캐피탈)로 구성돼 있다.
신기사 회원사 사이에서는 그간 여신협회의 활동이 지나치게 카드와 캐피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신기사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 정책 소통 창구가 절실하다”이라면서 “금융권 차원에서도 중기부 소관 VC와는 다른 별도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신기사의 높아진 목소리는 조만간 개시할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사회 회사들로 구성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협회 회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기사의 목소리를 마냥 배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회원사 다수가 민간 출신보다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것도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권 코드를 맞출 필요성이 보다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완규 현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5일까지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