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GA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5일, 제주 테디밸리 골프장의 파우더룸은 북적거렸다. 김홍택은 어깨에 테이핑을 하고 있었고, 김재호는 어깨 마사지를, 문경준은 레이저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물리치료사 심운용씨는 "하루에 80~100명이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피지오(Physio)'는 물리치료사(Physiotherapist)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운동 처방과 수기 치료 등을 하는 피지오는 스포츠에서 부상 예방과 재활, 경기력 향상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전문 피지오의 도움을 받아 핵심 근육군(코어, 하체)을 강화해 부상 없이 장타를 친다. 여러 차례 허리 수술 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60대 후반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가 복귀한 베른하르트 랑거도 피지오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 스포츠 단체 종목은 각 팀이 물리치료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골프는 팀이 없다. 선수 모두 개인사업자다. 수입이 많은 상위권 선수들은 피지오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지만, 일반 선수들은 비용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미국 PGA 투어는 대형 트레이닝·피지오 트레일러 2대가 매 대회 동행한다. 김시우는 "허리가 아파 고생했는데 피지오를 이용한 후 부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KLPGA는 대회마다 사설 피지오 업체의 승합차량 너댓 대가 대기하며 선수들 몸을 돌본다.
KPGA 투어는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곳이었다. 2023년부터 부민병원이 KPGA 공식 파트너가 되면서 본격적인 피지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리치료사 4명이 새벽 5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지난주 렉서스 챔피언십에서 17년 만에 우승한 김재호(43)는 "만약 피지오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준은 "상위 70위까지 출전하는 이 대회에 나온 선수들 거의 모두가 피지오 서비스를 받고 있다. 피지오를 꾸준히 받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얘기"라고 했다.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정환도 "KPGA의 피지오 서비스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피지오의 효과를 체험한 옥태훈은 자비를 들여 지난 겨울 전지훈련에 피지오를 동행시켰고, 올해 3승을 거뒀다.
심운용 물리치료사는 "피지오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전에 치료하기 위해 오던 선수들이 몸이 다 나아 운동하러 온다. 피지오를 통해 샷 거리가 5~10m 정도 늘어난 선수도 다수"라고 했다.
KPGA 피지오 서비스를 만든 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 서경묵 센터장은 "남자 투어 인기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선수들이 건강하게 경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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