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와중에…DL케미칼, 우리銀 대출 1000억 돌연 상환

2025-11-10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DL케미칼이 우리은행에서 빌린 1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조기 상환했다. 은행들이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 대출 회수를 자제하기로 했음에도 만기가 1년 가까이 남은 대출을 돌연 갚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더 높은 채권을 찍어 대출을 상환했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압박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우리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 용도로 빌린 대출금 1000억 원을 지난달 조기 상환했다. 이 대출의 금리는 연 4% 수준으로 만기까지 1년가량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대출은 만기 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구조조정 중인 업종의 회사가 만기 전에 대출을 갚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상환으로 DL케미칼의 우리은행 대출 규모는 지난달 11일 기준 14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42% 감소했다. DL케미칼은 다른 시중은행의 대출도 일부 상환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DL케미칼 대출 잔액 역시 같은 기간 1700억 원 줄었다. 채권단의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석유화학 기업 채권에 대해 동결 조치를 주문해 회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DL케미칼이 우리은행에 먼저 상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DL케미칼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했다는 입장이다. 지분 50%를 갖고 있는 여천NCC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DL케미칼의 부채비율은 올 2분기 기준 374%까지 치솟았다. 이에 DL케미칼은 9월 2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고 확보한 자금으로 대출채권 상환에 나섰다. 영구채 최초 금리가 5.116%로 기존 대출금리를 웃돌지만 부채비율을 끌어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DL 측의 주장이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간주되며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DL케미칼의 관계자는 “보유한 차입금 중 우리은행 대출금리가 가장 높아 조기에 상환한 것”이라며 “영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DL케미칼이 은행권 여신을 줄일수록 채권단의 입김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산업단지 가운데 여천NCC가 있는 여수 산단의 사업 재편 논의가 가장 더디다. DL은 여천NCC 설립 이후 25년 동안 2조 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지만 여천NCC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의 압박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업계에서 나온다. 앞서 DL케미칼은 여천NCC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각각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대여했다. 하지만 여천NCC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대여금의 출자 전환을 포함한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대출금리보다 높은 채권을 찍어 은행 여신을 갚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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