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안, 초진 비급여 금지·의협에 제재 권한 담길 듯

2025-09-03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초진 비급여'를 모두 금지시키는 방안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속적으로 비대면진료를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 의료인과 플랫폼을 사실상 '제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할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 검토 자료'를 보건복지위원회에 전달했다. 정부의 비대면진료 개정안 규제 방향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 등 소속 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초진 비급여진료를 금지하고, 급여 진료도 처방일수를 5일 이내로 제한했다. 탈모·여드름약 등 비급여 초진은 차단된다. 현재 월 평균 5만건 이상 처방이 몰리는 탈모·여드름치료제 등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플랫폼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또 피부질환·정신질환 등 시각 정보가 필요한 진료는 반드시 화상 진료를 거치도록 했다. 오진을 막는다는 취지지만, 인터넷 환경이 취약한 농어촌·고령층 환자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기존 전화 상담 중심의 접근성이 약화되면서 '편의성'이라는 비대면진료 강점이 사라진다.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도 법적 규제 대상으로 처음 포함시켰다. △정부에 분기별 통계 제출 △자료 제출 협조 △의료광고 심의 대상 편입 등이 핵심이다.

의협 등 각 중앙회는 비대면진료 표준지침을 마련하고 권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든다. 이를 따르지 않는 의료기관·플랫폼에 대해서는 의협이 복지부에 행정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의료계가 플랫폼의 행정지도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제 권한까지 쥐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 법제화가 진행되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전문기업은 생존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앞서 2023년 정부가 초진을 전면 불허하면서 △메듭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엠오 등이 비대면진료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올라케어 역시 KB헬스케어에 인수되는 등 사업을 철수했다. 2023년 3월 기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은 총 30개였는데, 현재는 닥터나우·솔닥·메라키플레이스·굿닥 등 손에 꼽는 수준이다.

현재 비대면진료 전체 이용의 40% 이상이 비급여 초진에서 나온다. 탈모·여드름 등에서만 월 평균 5만 건의 진료가 발생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이 수요가 사실상 차단되면, 플랫폼은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수 없고 의료기관 참여 유인도 잃는다.

복지부는 국회·언론 등에서 플랫폼 규제와 관리 근거를 마련하라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창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국회에서 더 논의돼야 한다”면서 “연내 법제화를 희망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는 시범사업에서 전면 허용해놓고 법제화 단계에서 다시 막는 것은 제도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 환자를 너무 제한하면 또 다시 이용자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에서 신사업을 기획하고 있던 디지털치료제(DTx) 업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디지털 치료제는 신기술의료로 비급여 처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 인터넷 시대가 왔는데, 한국만 인터넷 망을 안 깔아 '앱' 발전을 제도적으로 막는 격”이라며 “한국은 비대면진료에서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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