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하나는 외국, 특히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승리자로 비치길 원한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한 폭격 작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자, 트럼프는 그 공로의 일부를 자신이 챙기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는 그의 도박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성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외교적 해법이 무산된 데에 트럼프 본인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첫 임기 초반에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에서 탈퇴했으며, 이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합의는 새로운 우라늄 농축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가 이 핵합의에서 탈퇴하자마자, 이란은 핵농축 활동을 가속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뭘까? 이란은 사실 JCPOA로 복귀하길 원했고, 우라늄 농축을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무리수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의 협상은 흐지부지됐고, 2023년 10월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그 외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던 이란의 반응은 이스라엘 내 여론을 네타냐후와 강경파 쪽으로 더욱 돌려놓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이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쟁지 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 이런 노력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단됐지만, 이란은 또 그 시점을 잘못 계산했다. 트럼프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공습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음이 명확해졌다.
그 결정의 결과는 무엇인가? 먼저, 10월7일 이후 벌어진 놀라운 전략적 변화들로 인해 이란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은 분명하다. 하마스는 궤멸됐고(그리고 가자지구는 사실상 파괴되었다), 헤즈볼라의 지도부는 제거됐으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무너졌다. 피해 규모에 대한 정보는 엇갈리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군사적 취약성을 노출시켰고 지도부에도 타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 갈등을 계속 끌고 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도 보냈다. 이란 핵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현재 상황을 완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제재를 해제했으며, 이란이 중국 등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을 허용할 뜻도 내비쳤고, 국제무대에서 다시 이란과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JCPOA의 약점 중 하나는 이란이 평화적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무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미국이 새 합의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과거 6자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듯이,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많다. 트럼프가 말하는 ‘무조건 항복’을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폭격을 피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으며, 여전히 400㎏이 넘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만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 있으며, 추가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정권이 국가의 신뢰성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갈등의 악순환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이 사망하거나 미군 시설이 파괴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방해받는다면, 미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도 트럼프의 목표가 제한된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란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다. 이란이 중동에서 고립되면서 그 여파는 자국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정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던 걸까? 트럼프가 평화 의지를 보이는 것은 후계 구도가 불투명한 고령 지도자 체제하에서도 이란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번 분쟁은 한반도에도 함의를 갖는다. 김정은은 이라크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보며 내렸던 판단, 즉 ‘핵무기를 개발하고, 어떤 경우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확실히 다시 도달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할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한반도 비핵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요원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