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선수들과 같은 무대에서 겨루는 것이 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김비오는 21일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비오는 20대 초반 미국 무대에 선 적이 있다. 2011년과 2012년 PGA 투어와 콘페리 투어에서 뛰었다.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돌아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거뒀다.
그런 김비오에게 생각지 못했던 기회가 왔다. 올해 KPGA 투어 선수에게 배당된 한 장의 콘페리 투어 쿼터를 받은 지난해 신인왕 송민혁이 허리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김비오가 대신 그 기회를 잡았다.
김비오는 “들어온 기회를 저버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꺼질 듯한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고 있다.
지난 4일 끝난 유타 챔피언십에서 공동 22위에 올라 다음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김비오는 11일 피나클 뱅크 챔피언십에서 공동 28위를 하면서 출전 자격을 이어갔다. 그리고 18일 세 번째 대회인 앨버트슨스 보이시 오픈을 공동 33위로 마쳐 포인트 랭킹 147위로 올라섰다.
콘페리 투어는 보이시 오픈을 끝으로 휴식기를 가진 뒤 다음달 12일 개막하는 시몬스 뱅크 오픈을 시작으로 4개의 파이널 대회를 치른다. 포인트 랭킹 156위 안에 든 선수들만 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다.
불과 3번의 대회만 뛰고도 파이널 출전권을 얻은 김비오는 “나도 미국 무대에서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구나라고 처음 생각하게 된 3주였다”고 말했다.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것은 김비오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꿈이다. 그는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PGA 투어가 그렇게 멀지 않을 수도 있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PGA 투어에 대한 꿈은 항상 잃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동안 PGA 투어 도전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졌다고 한다. 우선 한때 ‘번아웃’이 왔었지만 올해 초 골프를 잠시 쉬고 가족들과 여행을 하면서 ‘골프를 재미있게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후원사의 지원도 든든해 해외 도전에 부담이 없고 해외에도 트레이너와 캐디, 매너저가 동행하면서 그를 챙겨준다. 김비오는 “팀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나는 선수로서 할 부분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콘페리 투어 파이널은 1차전은 156명에게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2차전은 144명, 3차전 120명,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75명 등으로 계속 문을 좁혀나간다.
김비오는 “매 대회가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회가 있는 것에 감사하며 매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콘페리 투어는 시즌 종료 시 상위 20명에게는 내년 시즌 PGA 투어 시드를 주고,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75명에게는 내년 콘페리 투어 풀시드를 준다. 김비오는 이번 파이널을 통해 PGA 투어나 콘페리 투어 시드를 노리지만 실패할 경우에도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해 미국 무대의 문을 계속 두드릴 계획이다.
세계랭킹 30위를 장기 목표로 세워놓은 김비오는 “어릴 때부터 골프선수로서의 목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같은 무대에서 겨루는 것이었다”면서 “이번에 미국에서 3주 동안 경기를 하면서 그것이 꿈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