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40일째…식비 지원 중단·해외 미군기지 급여도 끊겨

2025-11-09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가 40일째를 맞으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항공편 결항이 잇따르고, 저소득층 식비 지원과 해외 미군기지 근로자 급여 지급까지 중단되는 등 셧다운의 여파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전역에서는 항공편 2500여 편이 취소되고 5400여 편이 지연됐다. 연방항공청(FAA)은 관제사 인력 부족과 피로 누적을 이유로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허브공항 40곳의 항공편 운항을 최대 10%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는 평균 5시간 가까이 지연되며 여행객들이 공항 내에 발이 묶였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더 많은 관제사가 결근하면 항공편 감축률이 2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AA는 “관제사 중 20~40%가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항공 대란은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주요 항공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셧다운 장기화는 취약계층의 식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법원의 명령으로 한때 재개됐던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SNAP·푸드 스탬프)이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로 다시 중단됐다.

미국 대법원은 7일 “항소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SNAP 전액 지급을 일시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4200만 명이 넘는 저소득층 가정이 식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주(뉴욕·메릴랜드 등)는 자체 예산으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연방정부는 “이후 보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굶주림 위기에 처했다”며 “이 극단주의적 행정부의 판단은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현지 근로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내 미군기지에서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현지 직원이 수만 명에 달한다. 독일과 스페인 정부는 자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시적으로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주한미군 기지 근로자들의 급여 지급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셧다운 장기화는 미국 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0.3으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식료품비를 줄이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가 자체 브랜드(PB) 상품 중심으로 진열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추수감사절 키트의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15~20% 저렴한 PB 상품으로 대체됐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식비를 줄일 것인가’”라고 전했다.

셧다운의 핵심 쟁점은 의료보험제도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예산이다. 민주당은 “보조금 1년 연장 시 셧다운 해제 협조 가능” 입장을 밝혔지만, 공화당은 “셧다운 종료가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공화당에 “의사 규칙을 바꿔 민주당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결하라”며 ‘핵옵션’(의결정족수를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규칙 변경)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내에서도 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트럼프의 발언은 정치적 압박용 메시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식료품 등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는 튼튼하다”고 주장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의 인식이 실제 통계나 국민 체감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조차 “국민이 느끼는 물가 부담을 외면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셧다운이 장기화할수록 행정 공백과 민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 상원은 9일(현지시간) 일요일임에도 이례적으로 본회의를 열고 셧다운 종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간 입장차가 워낙 커 단기간 내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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