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전쟁이 개항과 개방, 즉 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보안과 보호, 다시 말해 ‘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전선은 불분명하고, 공격 대상은 국가를 넘어 기업·단체·개인 등 불특정 다수로 확장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든 피해를 볼 수 있다. 보안 역량 부재로 인한 해킹 피해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자산 해킹 피해액만 24억 달러에 육박한다. 사이버 보안이 국가 발전의 핵심 과제이자 글로벌 미래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인 세스 고딘은 “혁신은 어제의 문제를 오늘의 해결책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해킹 범죄가 갈수록 고도화하는 오늘, 어제의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사이버 보안 분야의 혁신이 시급하다. 혁신의 전제는 궁극적으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에 있다. 그간 국내 대학의 사이버 보안 교육은 이론 중심의 표준화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돼 웹3, 블록체인 같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엔 한계를 보였다. 일례로 최근 선보인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는 네트워크의 확장성·효율성·보안성 등을 전방위로 강화했는데, 대학에서 이런 기술 트렌드까지 다루기는 무리다. 기술이 지나온 발자취를 토대로 새롭게 도약하려면 현장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완성형 사이버 보안 인재 육성을 위해선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 컨센시스 아카데미는 실습이 포함된 집중 교육으로 매년 5000명 이상의 보안 전문가를 배출한다. 독일의 블록체인 카운실에서도 8주의 실전형 커리큘럼을 통해 유럽 170여 개 기업에 보안 인재들을 파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K-쉴드’ ‘시큐리티 아카데미’ 같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선진 인재 육성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사이드 아카데미’는 두나무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웹3 보안 인재 양성 과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정예 보안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사이버 보안 영역과 웹3 영역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교육 콘텐트 개발 및 강의·멘토링에 참여해 이론과 실무가 융합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또한 수강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최신 보안지식과 실전 역량을 쌓고 있다.
학문적 토대와 실전 노하우, 두 날개를 모두 갖춘 새로운 인재 육성 프로그램들은 한국 사이버 보안 교육 분야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 청년 보안 인재들이 세계 각국의 사이버 보안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나아가 웹3 생태계를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홍석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