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100세의 행복

94세 초고령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차키를 쥐었다. 그가 고급 세단에 시동을 걸자 동네 사람들은 “우리 회장님은 멋진 분”이라고 자랑했다. 운전자는 인심 좋게 취재진까지 차에 태웠다. 목적지는 그가 사람들과 자주 찾는 고깃집이었다.
주인공은 지난 6월 충남 청양에서 만난 유성현(94) 할아버지다. 그는 차 오디오에서 나오는 트로트를 흥얼거렸지만, 조수석에 앉은 기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94세가 운전하는 차에 처음 타본 긴장감 때문이었다.
“운전을 좋아해서 미친놈처럼 돌아다닌다”는 그는 보란듯이 ‘폭풍 후진’을 선보였다. 비좁고 가파른 산길에서도 거침없었다. 요리조리 핸들을 꺾는 반사 신경에 결국 감탄이 나왔다. “저보다 운전을 잘하시네요.”

식당에 가니 ‘매번 먹던 대로’ 갈비 한 상이 차려졌다. 고기를 내내 구워준 유성현은 계산대에서도 재빨랐다.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현금 다발을 꺼내 밥값을 냈다. 그의 목과 팔에 감긴 금붙이들이 번쩍번쩍 빛났다.
밥 잘 사주는 회장님은 이런 낙으로 산다.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가 그에게는 빈말이 아니다. 유성현은 “어차피 먹을 밥, 같이 먹어야 맛이 더 좋다. 내가 그 맛에 운전대를 못 놓고 사람들을 이리저리 태워 다닌다”며 웃었다.

100세 시대, 수퍼 에이저에겐 플렉스(flex·뽐내기)도 멋이다. 자신만의 자랑거리를 당당하게 내세우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산다. 노년의 삶에서 자신감을 지켜주는 믿을 구석 중 하나가 ‘돈’이다.
〈100세의 행복〉 14화는 남들이 부러워 하는 94세 유성현의 일상을 파헤쳤다. 100년을 살아보니 그가 자랑할 만한 건 돈뿐만이 아니란다. 노년에 주눅 들지 않고 사는 그만의 비법을 낱낱이 담았다.
목차
📌50년간 연금 꼬박꼬박…반전 직업
📌게이트볼 개척자…골프 하러 해외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의 프로필
📌이곳에선 운전대 안 잡는다…94세 운전 원칙
📌맨발 디디면 에너지 솟는, 그 남자의 아지트
※〈100세의 행복〉지난 이야기 복습하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시체실서 17시간만에 눈 떴다…K조선 대부, 93세 신동식 기적
②101세 엄마, 정신이 돌아왔다…80세 아들이 쓴 ‘달력 뒷면’
③90세에 처음 태권도 배웠다…101세 ‘꽃할배’ 칼각 발차기
사람들을 태우고 밥 사주러 다니는 90대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체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자의 여유가 부러웠다.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비결을 물었다. “월급을 어떻게 모아야 해요?”, “금 액세서리도 사고팔고 투자하세요?”라면서다.
취재진이 쏟아낸 질문에 유성현은 씨익 웃었다. 입을 연 첫 마디는 이랬다. “가지고 싶다고 가져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