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8년 DC 코믹스 1호 첫 등장 이후 히어로 대명사 된 '슈퍼맨'
2025년 리부트선 시대가 바라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해
DC 스튜디오 수장이자 ‘가오갤’의 제임스 건 감독 새로운 DCU 열어
겁내고 갈등하고 여친 앞에서 쩔쩔매는 현실남친 등 인간미 살려 재미↑
모든 히어로물은 ‘슈퍼맨’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38년 DC의 코믹스 1호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정의로운 히어로의 대명사가 된 ‘슈퍼맨’이 DC스튜디오의 수장인 제임스 건 감독에 의해 영화 ‘슈퍼맨’으로 돌아왔다. 수 많은 시리즈를 통해 변신을 거듭해왔지만 2025년 관객들 앞에 선 슈퍼맨은 약자를 돕는 선하고 정의로운 모습으로 희망을 선사했던 우리가 사랑했던 바로 그 모습은 변함 없다. 여기에 여자친구에게 쩔쩔매는 ‘현실남친’이자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인간미 넘치는 친근함을 장착한 매력적인 청년으로 돌아온 ‘슈퍼맨’은 DC 유니버스(DCU)의 새로운 시작이 성공적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실제로 9일 개봉한 ‘슈퍼맨’은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원작 팬덤이 확고한 데다 진지함과 유머, 재치, 따뜻함, 애틋함을 능수능란하게 배치해 글로벌 관객들을 사로 잡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건 감독 특유의 감성과 연출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1938년 이후 ‘슈퍼맨’이 히어로의 대명사가 됐 듯, 2025년 ‘슈퍼맨’도 앞으로 모든 히어로물의 표본이 될 작품으로, 이 시대 우리가 그리워하던 친근하지만 여전히 멋진 히어로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밝고 경쾌한 ‘가오갤 감성'이 충만한 MZ세대를 위한 ‘슈퍼맨’의 탄생이자 ‘이제 모든 히어로물의 시작은 리부트 ‘슈퍼맨’에서 나온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슈퍼맨’은 멸망한 크립톤 행성의 마지막 왕의 아들이 미국의 한 시골 부부에게 길러진 후 메트로폴리스의 언론사 기자 클락 켄트(데이비드 코런스웻)로 활동하며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초능력을 발휘해 생명을 구한다는 원작의 얼개 그대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보라비아 정부가 인접국인 나한푸르를 침공해 영토를 빼앗으려는 시도와 이를 둘러싼 억만장자 무기상 렉스 루터와 보라비아 대통령의 추악한 밀월 관계가 갈등의 축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한 행동이 외교 개입 프레임으로 전환되면서 슈퍼맨은 보라비아의 나한푸르 점령 시도를 저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루터를 비롯한 빌런들로 인해 생사를 오간다. 물론 슈퍼맨이기에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나한푸르 점령 시도를 막아낸다.


리부트 작품답게 AI 로봇, 딥페이크, 가짜뉴스, 정경 유착 설정해 현실감↑
새롭게 등장한 슈퍼독 크립토, 가이 가드너, 호크걸, ‘섹시 셀카’ 이브 등 유쾌
정체성 갈등 아들 위로하는 슈퍼맨의 아버지 응원도 뭉클한 가족애 선사
이처럼 넘어지고 쓰러지고 모함을 당하면서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슈퍼맨에게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슈퍼맨은 극 중 위험 앞에서 겁이 나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저 약한 인간일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나약함이 오히려 자신을 인간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해, 진정한 힘이란 초인적인 능력과 의지만이 아닌 약자를 보고 지나치지 않는 마음, 결정 앞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미라고 역설한다.
리부트 작품인만큼 인공지능(AI) 로봇, 딥페이크, 가짜 뉴스, 최근 국제 전쟁을 비롯해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유착 등 새로운 소재가 등장해 현실감을 부여하는 한편 묵직한 의미까지 만들어 냈다. 슈퍼맨에게 부모님이 남긴 영상을 딥페이크로 조작해 보여줘 충격을 받게 하는 것을 비롯해, 조작한 증거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지도자, 인접국을 점령하려는 정부와 이를 돕고 이에 대한 대가를 약속 받은 기업인 등에서는 기시감이 든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이 그동안 다소 진지하고 어두웠던 ‘슈퍼맨’ 시리즈에 경쾌함을 더한다.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가이 가드너, 천재적인 두뇌의 미스터 테리픽, 거대한 날개와 철퇴를 가진 호크걸, 그리고 슈퍼맨 못지않은 괴력을 지닌 슈퍼독 크립토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과 의기투합해 루터와 로라비아 대통령을 막아내는 과정에서의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은 건 감독의 새롭게 만들어갈 DCU의 감성과 터치가 느껴진다. 무고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수, 낙지인간과 그의 아들 조이, 슈퍼독 크립토 등 귀여운 캐릭터는 슈퍼맨의 슈트와 망토만큼이나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슈퍼맨이 빌런들의 음모를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백치미 넘치는 미녀 이브의 ‘섹시 셀카’를 비롯해 그녀가 데이트하고 싶어하는 기자 지미 등은 이 작품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변함 없이 우리를 지지해 주는 부모님의 사랑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족애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켄트(슈퍼맨)을 지구인들을 해치려 온 외계인이라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던 때 아버지가 건네는 말들은 관객들에게까지 따뜻함과 응원의 힘이 전달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저 네가 생각하는 네 모습이 너 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