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금융상품의 설계와 판매 과정이 소비자 보호에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품 구조의 복잡성, 위험 정보 전달의 한계, 투자성향 운영 방식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반복된 피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투자상품 설계‧판매 단계의 소비자보호 실효성 강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책임 구조, 위험 정보 제공 방식, 설명 절차 운영 등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가장 먼저 발언한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책임 구조의 미비를 핵심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만은 상장사 주식을 1주만 보유해도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설명을 들었다'는 서류가 실질적 보호와 무관하게 판매사 방어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구조를 소비자가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판매사·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규율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금융소비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적정성·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특성을 반영한 별도 소비자보호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ELS 구조 자체의 적정성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ELS는 손실 위험은 크게 열려 있고 수익은 제한된 비대칭 구조"라며 "복잡성이 높을수록 발행·판매사의 수수료가 커지는 만큼 적합성 심사가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문제도 피해자 발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화규 벨기에 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는 "일부 판매 직원조차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안전하다'고 설명한 사례가 있었다"며 "설명서를 읽었다는 서명이 책임 전가의 근거가 되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판매 구조 개선 요구가 나왔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고위험 상품 판매 실적을 KPI에서 제외하고, 위험등급은 금감원이 사전에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역시 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지영근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부장은 "ELS 기초자산 요건이 협소해 특정 지수 쏠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진호 미래에셋증권 상품컨설팅 본부장은 "투자자가 충분히 숙려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눈높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손상범 우리은행 신탁부 부장은 "전용 창구 상담은 보호 효과가 있지만 초기 접근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논의가 다양한 의견을 점검하기 위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은 감독당국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영역"이라며 "상품 설계 단계의 하자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제조·판매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고려하겠다"며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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