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를 돌 수 있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잘못된 정보 하나는 한순간에 대중 인식에 깊게 뿌리내린다. 정치인의 언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거짓이 유통되는 속도는 진실을 능가하며, 그 파장은 곧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이어진다.
최근 ‘원가 120원 커피경제학’이라는 조롱 섞인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계곡에서) 닭을 5만 원 받으면서 땀 삐질삐질 흘려 1시간 동안 고아서 팔아 봐야 3만 원 밖에 안 남는데, 커피 한 잔은 8000원~1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커피) 원가가 120원이더라”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비교를 넘어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마치 수십 배의 폭리 사업을 하는 악덕 사업자로 내몰았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단순히 원두값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원재료뿐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마케팅, 장비 유지비, 세금과 같은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을 감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원가 120원’이라는 사실상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세워 마치 소상공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양 몰아갔다.
해당 발언은 곧장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약 177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포털의 소상공인·자영업자·창업 카페에도 다수의 글들이 올라왔다.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원가 120원인데, 왜 이 가격 받아요? 역시 물장사가 최고라더니 사장님 부자시네’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글을 비롯해서 ‘커피 원가 120원짜리를 8000원에 파니까 좋으냐’는 등의 글도 있었다. 이렇듯 무지에서 비롯된 정치인의 아무말 대잔치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버거운 현실을 견디고 있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게 되었다.

‘노쇼 주도 성장’으로도 불리는 이재명 후보의 해괴한 호텔경제학은 또 어떤가.
사업을 영위하고 소비를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들어가게 되는 제반 비용(어떤 사업이나 활동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비용)은 모두 빼버리고 매우 극단적인 상황들을 예시로 들며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한다. 정말 경제 활력이 그렇게 만들어지는가? 전혀 아니다. 그런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들을 두고 유시민 작가는 “대학원 수준의 경제정책사에 대한 공부없이는 소화하기 어려운 논쟁”이라며 감싸기까지 하고 있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이른바 ‘원가 120원 커피경제학’, ‘노쇼주도성장 호텔경제학’으로 조롱 받는 이재명 후보의 경솔한 언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국민을 존중하지 않고, 진심이 없으며,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신뢰의 수단이며 정책의 뿌리다. 특히,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대한민국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춰 전망한 이 시점에, 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현장 감각조차 없다면 그의 말은 그 자체로 ‘위험’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정치가 거꾸로 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제 인식과 태도를 가진 인물이 공당의 대선 후보로 국민 앞에 선다는 사실이 국민 입장에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 큰 희생을 치르며 ‘민생을 모르는 정치’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뼈저리게 겪어왔다. 더는 그런 정치를 반복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송서율/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2025.1.-현재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위원, 2023.3-현재 정책연구단체 Team.Fe 대표, 2024.7.-9. 국민의힘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