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 주장하며 잔류
건강 악화로 “여생 북쪽에서 보내고 싶다”
정동영 장관 보고 후 검토 여부 결정할 듯

비전향 장기수인 안학섭씨(95)가 최근 정부에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민원을 공식 제기한 것으로 4일 파악됐다. 정부는 안씨의 송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정부에 북송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통일부 측은 지난달 말쯤 안씨를 찾아 그의 건강 상태와 송환 요구 배경 등을 물었다. 안씨는 폐부종 등으로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안씨는 1953년 체포돼 당시 국방경비법상 이적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 동안 복역한 뒤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북송했지만 안씨는 잔류했다.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안씨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미국이 물러날 때까지 싸우려 했는데 몸이 아주 좋지 않다”며 정부에 북한 송환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집회에서는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태어나서 해방인 줄 알았는데 해방이 아니었다”라며 미국이 한국을 식민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자주 민주 독립 국가’라고 지칭하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북쪽에서, 식민지를 벗어나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안씨의 북송 여부를 두고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안씨가 북송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에 안씨의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접촉한 것”이라고 했다. 향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은 뒤, 안씨의 북송 검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