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시간은 오랜만에 집에 들른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할 때였습니다.” “일할 때도, 이동할 때도, 쉴 때도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년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에 응답해 준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오늘(9월 1일)은 제31회 ‘통계의 날’이다. 통계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적인 도구다. 특히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생활시간 조사는 우리 국민이 하루 24시간을 수면·식사·일·여가 등에 어떻게, 얼마나 배분해 사용하는지 등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얼마 전 발표된 조사 결과는 코로나19를 전후로 한 2019년과 2024년, 5년 사이 우리의 일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알려준다.
가장 기분 좋은 시간으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식사하기와 대면 교제가 꼽혔지만, 역설적으로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편의점과 배달앱 등에서 1인용 식사 메뉴와 한 그릇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는 이유다. 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의식 확산 등으로 취업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특히 저녁 늦게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감소했다. 주 4.5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현실화하는 배경이다.
한편 수면시간은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25년 만에 최초로 감소했고, ‘잠 못 이룬 시간’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이는 최근 꿀잠 베개·숙면 유도 영양제 등 수면 산업의 성장과도 맞물린 변화다.
그렇다면 일과 수면을 줄이고 늘어난 여가시간은 어디에 사용했을까? 답은 스마트폰, PC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사용한 미디어 시청, 그리고 스포츠·레포츠 활동이었다. 최근 몇 년간의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다양한 동영상 매체 확산, 그리고 ‘바디 프로필’ 열풍이 이를 뒷받침한다. 혼밥, 유튜브 시청, 바디 프로필 등은 함께하는 활동이 아니라 혼자 하는 행동에 집중돼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 양식이 ‘함께’에서 ‘혼자’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통계의 날은 1986년 9월 근대 통계의 출발점인 ‘호구조사 규칙’ 시행을 기념해 제정됐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 즉 센서스를 시작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삶의 방식과 의식 변화를 측정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정책 개선과 산업 발굴의 기반이 되는 통계의 의미를 되새기며, 통계의 날을 맞아 나의 하루 24시간 시간 사용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돌아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안형준 통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