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붉은 흔적이 인도한 길
어느 5월 끝자락의 휴일.
길정훈(가명)씨는 모임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다.
늘 그랬듯 지하 2층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무심히 걸음을 옮겼다.
자정이 지난 아파트 주차장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주차장 바닥에 번졌다.
주차장 바닥에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불빛에 반사된 얼룩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몸을 굽히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었다.
피!
선명한 핏자국이 주차장 바닥 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잠시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던 길정훈씨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그 자국을 따라 걸었다. 핏자국은 기계실 앞에서 한 번 끊긴 듯하더니, 방향을 틀어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서둘러 아파트 경비원을 찾았다.
두 사람은 손전등을 들고 그 자국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두 사람의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핏자국이 향한 마지막 지점은, 평소라면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곳.
지하 2층 한쪽 구석, 기계실 옆 집수정이었다.
두 사람은 떨리는 손으로 낡은 철제 덮개를 열었다.
그 아래, 반쯤 고인 물 속에 헝겊에 덮여 있는 무언가가 떠 있었다.
헝겊을 살짝 걷어내자 반쯤 잠긴 사람의 상체와 손가락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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