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존폐 기로, 현역병 간 의대생 4년새 7배↑…올해 4700여명 예상[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08-20

의대생은 졸업 후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지만 의정갈등 이후 근무 기간이 절반도 안 되는 현역병을 선택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장병을 진료할 군의관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공보의협)에 따르면 병무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의대생 현역병 입대자 현황을 보면, 5월에만 의대생의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 입영자의 수는 434명에 달한다. 월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의정갈등 이후 누적 입대자는 3375명에 이른다.

5월 한 달간 입대자 434명 중 현역 입대인원은 399명(병무청 현역입영과 추계), 사회복무요원 입대인원(병무청 사회복무관리과 추계)은 35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1~5월까지 5개월 동안 총 1838명이 입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총 1537명이 입대한 수치를 5개월 만에 넘어서 현역병으로 가는 의대생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의대생들의 군의관 기피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보의협이 ‘2025 젊은의사 포럼’에서 최근 공개한 의대생들의 현역병 입대 현황을 보면, 2021년 214명에서 2022년 191명, 2023년 267명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다 의정갈등을 계기로 2024년 1537명으로 급증했다. 4년새 7배가 늘어난 것이다.

공보의협은 올해 4700명의 의대생이 현역병으로 입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2025년에는 최대 4700명의 의대생이 추가로 (현역) 입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머지않아 우리 협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직무 연관성이 큰 군의관·공보의 제도도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군의관·공보의 기피 현상은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상황으로 촉발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장 정상적인 의대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이참에 군에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현역병 입대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쌓여왔던 ‘복무기간’에 대한 불만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의대생들의 감정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현역병은 복무 기간(육군 18개월)이 군의관·공보의(37~38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의대생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장기간 타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는 이유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역병 입대를 통해 복무 기간을 줄이면 향후 기대소득도 늘릴 수 있어 현역병 입대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대생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조사로 의대생 가운데 군의관·공보의 희망 의대생은 약 30% 수준에 그쳤다. 반면 군복무를 24개월로 단축했을 때를 가정한 물음에는 군의관·공보의 희망 비율이 약 95%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장기간 의무 복무할 군의관을 직접 육성할 ‘국군의무사관학교’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최근 의대생들이 군의관 보다 복무기간이 짧은 현역병 입영을 선호함에 따라 향후 군의관 입영자원의 급감이 예상된다”며 “직업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 방안을 관계부처·의료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와 공공의료 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 군 의료도 공공의료 중 하나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 의료계와 관계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 군의관 수요 및 경제성 분석에 착수해 내년까지는 설립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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