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의 필수의료 전문의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지역의료 시스템 붕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 도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1000명당 내과·외과·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과목 전문의 수는 1.86명이었지만, 비수도권은 이의 4분의 1 수준인 0.46명에 그쳤다. 서울(3.02명)과 경기(2.42명)가 가장 많았고 제주(0.12명), 세종(0.06명)이 가장 적었다. 전남(0.29명), 강원(0.25명)도 바닥권이었다. 연구원은 “필수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면서 향후 분야별·지역별 의료인력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대로라면 지역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는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한국의 의사 수는 고령화 진행 속도와 만성 질환자 증가세를 고려하면 절대 부족하다. 지금도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게다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소아과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의료 불균형 사태가 만성화됐다. 지역에선 은퇴 ‘시니어 의사’를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떠나 지역에 내려가 취업했던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하게 되면 지역의료 공백이 더 심화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역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긴 어렵다. 의대 입학생 중 일정 비율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학비와 교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최대 10년 동안 근무토록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일본, 독일 등에서 도입돼 지역의료 공백 해소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는 2028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립중앙의료원 부설 교육기관 형식의 공공의료사관학교 같은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의사단체가 ‘직업 선택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등 이유로 반발하지만, 지역의료가 무너지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지나치게 한가한 주장 아닌가.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다른 대안이 없다면 의사단체도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도입에 협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