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불청객 된 민주투사 김문수…'읍소'에도 광주 민심 ‘냉랭’

2025-05-17

가장 먼저 민주 묘지 찾았지만…‘계엄의 강’ 빠져 ‘찬밥’ 대우

“제 아내는 순천 사람…저도 5월 희생자” 토로에도 반응 싸늘

[광주=미디어펜 최인혁 기자]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18민주화운동 45주년 하루 전인 17일 광주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으나 냉담한 반응만을 확인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뒤늦게 절연하며 ‘계엄의 강’을 건널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자신이 1980년 5월의 또 다른 희생자이자,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와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인물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방명록에 ‘5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고 적었다. 이어 김 후보는 윤상원 열사, 박광현 열사, 무명 열사의 묘비를 차례로 참배한 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로부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날 광주 첫 일정부터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이날 민주 묘지 앞 민주의 문에는 김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광주전남촛불행동 소속 대학생 7명이 김 후보의 참배를 극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내란 후예 광주 방문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내란 세력 지금 당장 광주를 떠나라” “내란 세력 지금 당장 물러나라”를 외치며 김 후보의 방문을 규탄했다.

김 후보가 선대위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했었고, 계엄의 악몽을 재현했던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뒤늦게 단절한 것이 항의의 이유로 알려진다.

이어 김 후보가 민주 묘지를 참배하는 동안에는 5·18 유가족 중 일부가 김 후보를 향해 “내란 세력들이 어디 여기를 왔나. 사람 염장 두 번 세 번 지르지 마라. 지금 내 가족 몇 사람이 여기에 묻혀 있다”면서 김 후보의 참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후보는 냉담한 시민들의 반응에도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광주교도소에 함께 수감됐던 감옥 동기들과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둘러본 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5월의 정신을 강조하며 쇄신과 변화 그리고 반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제 가슴이 먹먹하다. 저는 45년 전인 1980년 2월에 두 달 가량 감옥에 있었다. 또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복직 투쟁 운동을 했고, 복직된 다음인 5월 7일에는 비상계엄이 확대되며 삼청교육 대상이 돼 어려운 처지에도 몰렸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직선제 개헌투쟁 과정에서는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를 거쳐 목포교도소에 있다가 광주교도소에 와서 1년을 지냈다”고 밝히며 자신 또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시민들이 김 후보를 향해 '내란' 세력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더불어 김 후보는 “제 아내는 전라남도 순천 사람이다. 지금도 순천에는 처남과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광주와 전남에서 저를 알면서도 아무도 인사도 악수도 하지 않으려는 냉랭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광주의 민심과 전남의 민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냉담한 반응에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김 후보는 “저도 80년 5월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저는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그 밑거름이 제 아픔이었고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5월의 정신은 ‘포용’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5·18 정신 아래 그 어떤 부패도 어떤 독재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앞에 보이는 독재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독재다. 우리가 계엄은 겪어 봤지만 이런 독재는 처음이다”며 “이게 민주주의인가. 이게 5월 정신인가. 저는 정말 묻고 싶다”면서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가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질타해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면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 데다 이 후보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법조인들의 탄핵을 추진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이날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지속 발전을 위해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하며 국민의힘부터 반성하고 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광주, 전남, 전북과 제주의 발전을 위해 △광주 복합쇼핑몰 예정지 주변 도시철도망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 검토 △국제공항 안전인프라 구축 △제주 제2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 △신안 흑산공항 조기 건설 △전남·제주·전북권 공항 교통망 연계 강화 △2036 전북 하계올림픽 유치 및 체육·문화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당내에서 ‘출당’ 가능성이 언급되자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다"라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소식을 접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 앞으로 재판도 잘 받기를 바란다”라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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