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위협 제거, 중동 강국으로 자리매김
팔레스타인 평화적 해법 찾아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이끌어내며 12일 만에 마무리되면서,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통해 중동 질서를 재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 및 대리 세력의 충돌 이이스라엘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지배적 강자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은 해결 과제로 남았다.
‘10월7일 악몽’ 떨쳐내고 중동의 강자로
아사프 샤론 텔아비브대 철학 교수는 24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중동이 눈앞에서 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동 지역 강자로 부상했다”고 평했다.
샤론 교수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벌어진 일들을 1967년 이스라엘의 중동 3차 전쟁(6일 전쟁) 승리와 비교하며 “이스라엘이 마지막 실존적 위협(이란)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19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시리아를 공격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등을 점령, 영토를 4배 확대하며 중동 내 지위를 확립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리 세력을 향해 맹공을 퍼부어 이란의 ‘저항의 축’ 동맹을 무력화했다.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약화되고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전복되며 이란의 대리 세력 네트워크가 사실상 와해됐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탄도미사일 전력도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핵 프로그램 또한 미국의 핵시설 폭격으로 타격을 입었다. 샤론 교수는 이란이 ‘종이 호랑이’로 드러났다며 “이란은 체면을 살리고 정권을 지킬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핵 야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수십년간 이어져 온 지역 세력 균형이 산산조각났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의 독보적 군사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자지구 해법 찾아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후 “이스라엘은 위대한 역사적 업적을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오래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공격은 이스라엘의 호전성을 자극해 지역 패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됐지만, 하마스 공격의 원인이 된 팔레스타인 문제는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 단체인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이란과 휴전을 이뤘다면 가자지구 전쟁도 끝낼 수 있다”며 “휴전 합의는 가자지구에도 확대돼야 하며, 정부는 전폭적 협상으로 모든 인질을 귀환시키고 전쟁을 종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가자지구에 약 50명의 인질이 남아있으며, 이중 생존자는 20명으로 추정된다.
전문가와 외신들은 중동 지역 질서를 재편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샤론 교수는 “이스라엘에게 중동 지역 재정비의 역사적 기회가 열렸다”며 2002년 아랍평화구상과 같은 지역 협정을 촉구했다. 아랍평화구상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의 외교 정상화를 대가로 이스라엘이 서안·가자지구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샤론 교수는 이란 공습 성공이 역설적으로 안보를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이스라엘 극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역 강대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군대라면, 작고 비무장한 준국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스라엘이 힘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좌우된다”며 “가자지구에서 적대행위를 완화하고, 팔레스타인의 요구를 수용해 국경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공습 성공으로 정치적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문제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정 붕괴로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게 만들면서 지지율이 급등했으며 재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네타냐후가 총리직에 오르기 전 자문을 맡았던 정치분석가 미첼 바라크는 “강해진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을 성사시키고 가자지구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연정이 붕괴되거나 총리직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까지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은 이날 함동참모본부 회의에서 “이제 초점은 다시 가자지구로 옮겨간다”며 “인질을 귀환시키고 하마스 정권을 붕괴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5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소에서는 매일같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총격 등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2주간 배급소 근처에서 사망한 사람이 5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