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무너진 '4중 방패'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

2025-06-24

[비즈한국]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미사일 전쟁’에 이제 미국까지 끼어들었다가, 급작스럽게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일어나는 사자 작전’(Operation Rising Lion)이라는 이름으로 이란을 폭격하며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란의 보복 작전인 ‘진정한 약속-3’(Operation True Promise III)로 이어졌고, 이어 6월 21일 미국이 ‘한밤중의 망치’(Operation Midnight Hammer)로 이란을 폭격한 뒤, 한국시간 24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트럼프의 발표대로 양측이 실제로 휴전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12일 전쟁’은 지상군 투입 없이 미사일과 항공폭격만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이 전쟁에서 ‘창’에 해당하는 미사일과 폭격기, 그리고 ‘방패’인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각각 어떻게 활약했을까. 이스라엘, 이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먼저 살펴볼 주제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다층 미사일 방어망’의 실전 성과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능력은 이번 전쟁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란은 작년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두 차례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바 있다. 당시 공격은 하룻밤 사이 한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피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6월 14일부터 현재까지 5회 이상 반복되었으며, 발사된 미사일은 400발 이상, 드론도 수백 대에 달해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률은 한때 90%를 기록했으나, 일부 날은 65%까지 떨어지는 등 성능 저하가 나타났다. 사드, 애로우, 패트리엇, 데이비드 슬링, 아이언돔으로 구성된 ‘4중 미사일 방어막’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첫 번째 원인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파타-1(Fattah-1)과 같은 신형 미사일을 사용한 데 있다. 파타-1은 종말 단계에서 궤도를 바꾸는 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 탄두를 탑재해 방어망을 교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동 탄두형 미사일은 극소수였고, 대다수는 작년에도 사용된 샤하브(Shahab) 계열의 구형 미사일이었다. 미사일 발사도 첫날과 둘째 날에 집중됐고, 이후에는 수십 발 수준의 공격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피해가 점점 커지는 이유는 결국 자원 부족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체계 가운데 사드와 패트리엇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스라엘산 무기지만, 국내 방위산업이 줄어드는 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보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방공 시스템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인력은 대규모로 육성하기 어려운 전문가들이며, 전시 상황에서 신규 충원이 쉽지 않아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 비용과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스라엘의 역량 부족은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졌다. ‘한밤중의 망치’ 작전을 통해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입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에 모사드의 공작과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 방공망을 상당 부분 무력화시켰지만, F-15·F-16·F-35 등 기존 전투기로는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역시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고자 핵 벙커버스터인 B61-12 대신 GBU-57 MOB라는 비핵 벙커버스터를 사용했으며, 그 결과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추가 폭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공격 무기와 방어 무기, 그리고 지하 관통 능력을 중심으로 볼 때, 대한민국 안보 전략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공격 무기는 방어 무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생산 속도도 빠르다는 교훈이 재확인됐다. 강대국이 아닌 중소국가의 경우, 보복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우리의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 주축인 천궁-2와 L-SAM은 성능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처럼 북한이 대량 탄도미사일 공격(Salvo Attack)을 일주일 이상 지속한다면, 요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특히 북한이 이란처럼 속도가 느린 드론과 빠른 탄도미사일을 함께 발사하는 ‘섞어 쏘기’ 전략을 사용한다면, 생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요격 미사일은 금세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보완하려면, 기존보다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어무기 개발이 시급하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자폭드론 기술의 발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자폭드론은 성능은 향상되면서도 가격은 낮아지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했다. 이를 활용해 공격용 자폭드론을 개조하고, 탄도미사일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의 드론으로도 요격이 가능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하 전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는 관통 무기의 필요성이다. 이스라엘이 GBU-57 MOB 같은 초고강도 지하 관통 무기를 보유했다면, 미국의 도움 없이 전쟁 초기에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보다 상황이 낫다. 탄도탄 공격 능력이 강한 미사일 전략사령부가 있으며, 현무-2, 3, 4에 이어 현무-5는 8톤급 관통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북한 지하 시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다만 현무-5는 고가의 무기체계로, 수백 발 이상 대량 보유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무 계열 미사일의 부품 공통성을 높이고, 유도장치의 소형·저가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KTSSM(우레)와 현무-4 같은 미사일에 명중 위치와 폭발 깊이를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여러 미사일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일 표적에 파상공격(Stream Attack)을 가할 수 있다면, 수십 미터 깊이의 지하 목표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이상,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란의 보복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는 여전히 예측이 어렵고,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우리 군과 방위산업계는 이번 전쟁의 군사적 교훈을 빠르게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3축 체제’를 실효성 있게 발전시킬 방법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단독] 한화에어로, 천무 3.0 핵심 장비 'L-PGW 드론' 최초 공개

· [밀덕텔링] [단독] 프랑스, 한국 원전 수주 방해 위한 스파이 활동 의혹 '파문'

· [밀덕텔링] 새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K-방산 3대 과제

· [밀덕텔링] [단독] 한화오션, 차세대 무인항모 '고스트 커맨더 2' 공개

· [밀덕텔링] [단독] 북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하나 아닌 두 종류로 판명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