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했죠. 한번 적어볼까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중학교 1교시 사회 시간. 2학년 2반 학생 11명의 책상 위에는 애플 아이패드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수업 자료를 화면 오른쪽에 밀어놓고, 왼편에 메모장을 띄운 채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국제 분쟁과 난민. 학생들은 사전에 조사해 온 지도 그래픽을 공유했다. 각자 표시했던 국제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을 합쳐보며 호주·캐나다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가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이후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난민 실태 영상을 시청한 뒤, 토론 시간에는 애플 펜슬로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생각을 발전시켰다.

수업이 진행되는 약 40분 동안 종이 교과서는 보이지 않았다. 16년 차 사회 교사 윤혜경(40) 씨는 “종이로 뭔가를 적어내는 것은 정답을 고르는 과정인데 디지털로 전환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뀌었다”면서 “교과서에 있는 지식은 문해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제되고 굳어진 지식이다. 특히 사회 과목은 실제 사안들과 연결해 보는 것이 중요한 만큼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아이패드로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다. 코로나19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1인 1 스마트 기기를 보급했는데, 덕성여중은 아이패드를 택했다. 교무부장 주진완(49) 씨는 “코로나19 초기 (스마트 교육을 위한) 많은 앱과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유목민처럼 이 앱, 저 앱 사용하다 보니 배움의 결과물이 없더라”라면서 “아이패드 기본 앱 넘버스·페이지스·키노트 등은 하나의 메뉴바로 연동이 되는 만큼 포트폴리오로 배운 것들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 조사·정리에는 스프레드 시트인 넘버스를, 모둠 협업에선 PPT와 비슷한 키노트를, 연간 활동을 하나의 전자책으로 만들 때는 페이지스를 활용하는 식이다. 수업 수준과 학생 관심사에 맞게 기존 교과서를 편집해 텍스트·그래픽·영상 등 다양한 요소로 맞춤형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현재 덕성여중은 애플이 선정하는 ADS(애플 인증 학교) 우수 학교로 뽑혀 교사 연수나 사례 공유, 학교 간 커뮤니티 구축 등에 있어 지원을 받고 있다. 애플은 전 세계 40개국에 1000여개 학교를 ADS로 지정했는데, 국내에선 8개 학교가 있다.

다만, 충전해야 하고 장시간 사용 시 눈에 피로도가 발생하는 등 단점도 있다. 수업에 참여한 덕성여중 2학년 황보리 학생은 “필기와 자료를 한 번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지만, 충전이 귀찮고 오래 사용하면 눈이 아픈 점이 좀 불편하다. 또 애플 펜슬로 필기할 때 미끌미끌해 종이 필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 수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비가 내렸던 이날 수업 현장에선 몇 차례 인터넷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 주진완 교사는 “매년 무선망을 단계적으로 정비해 올해 1월 모든 교실에 와이파이를 완전히 구축했다”면서 “다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학교 무선망이 불안정해지기도 해서 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과 교사 양측 모두 디지털 적응도 필수다. 덕성여중 교감 김지현(57) 씨는 “교사 경력(30년)이 오래됐음에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두려움이 컸다. 효과적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부단히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의 다음 단계로 학교는 AI(인공지능)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주진완 교사는 “챗GPT 같은 AI가 교육 현장에도 들어오고 있다. 애플 역시 애플 인텔리전스 글쓰기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이 생겼는데, 이런 부분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할지 또는 교사로서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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