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자사주 보유...법 시행 전 현금 확보 가능성 무게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 지분율 55.7%…경영권은 안정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지분 정리…지배구조 개편 '시간표' 당겨질까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면서 롯데지주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특히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 1위인 롯데지주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영권 안정장치로 활용해온 자사주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 왜 롯데가 주목받나
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혀 계획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린다.
자사주 소각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자사주를 계열사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이른바 '경영권 방패'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계열사로 넘기면 의결권이 다시 살아나 오너 측 지배력이 강화된다. 소각이 의무화되면 이 같은 방식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가 대거 발생했다. 당시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리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사주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현재 롯데지주는 발행주식의 27.5%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매각 vs 소각, 롯데의 선택은
롯데는 지난 3월 자사주 15% 매각 계획을 공시했다. 이후 6월 롯데물산에 5%(약 1,448억 원)를 매각했으며, 나머지 10%는 연내 매각할 예정이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기 훨씬 전부터 롯데는 매각을 통해 자사주 비율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9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남은 약 12%의 자사주는 소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롯데의 지배구조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자사주를 계열사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전략을 써왔지만 소각이 강제되면 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신동빈 회장 측 지분율이 현재 40.4%에서 55.7%로 높아진다. 경영권은 오히려 더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시행 전까지는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매각과 소각을 병행하는 절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자사주 소각 이슈는 단순한 주식 처리 문제가 아니다.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과 직결된다. 현재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롯데지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이중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의 99%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롯데의 독립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사주를 계열사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기존 방식이 차단되면 롯데는 경영권 안정성을 위해 한국 중심의 단일 지배 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영향력이 줄고 경영 투명성 강화 요구에도 부합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압박과 지배구조 개혁 요구가 동시에 닥친 만큼 롯데의 전략 변화는 피할 수 없다"며 "오는 9월 정기국회가 그룹의 향후 구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