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블랙핑크 로제는 ‘아파트’로 케이팝 가수 최초로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가히 ‘케이팝 황금시대’다. 하지만 그 이면은 어떨까. 완벽한 무대만큼 아이돌의 삶도 완벽할까.
그 질문에 답하는 책이 나왔다. 11일 출간된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은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산업 이면의 불공정한 현실을 짚은 책이다.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전다현 지음 김영사, 284쪽 1만 7800원
저자 전다현 기자는 지난해 동명의 기획기사 시리즈를 비즈한국에 연재해 제58회 미국 휴스턴영화제 뉴미디어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Gold Remi Award를 수상했다. 이후 기사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와 후속 취재한 내용을 추가해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아이돌·연습생 당사자와 업계 관계자, 팬덤은 물론 연구자, 변호사, 국회의원 등 40여 명의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연습실의 실상부터 불공정 계약, 구조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케이팝 산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비추고, 대안도 모색한다.
케이팝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돌, 즉 사람이 곧 ‘상품’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을 꿈꾸며 연습생에 도전한다. 그 과정은 트레이닝이라는 말로는 가늠키 어려운 고통과 인내로 점철된다. 끝없는 다이어트와 통제와 연습, 연습, 또 연습. 주변 시야를 차단당한 경주마처럼 이들은 오로지 데뷔만을 향해 달린다. 십 대 어린아이들이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수년을 보낸다. ‘뼈말라’ 상태가 되고 월경이 끊기고 마음의 건강까지 잃는 사례도 허다하다.
아이돌로 데뷔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속 빈 강정’이 많다. 과거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사태가 크게 논란이 됐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최소 7년을 채워야만 계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정산도 마찬가지다. 개인시간도 없이 공연과 행사를 뛰어도 제대로 정산받기가 어렵다. 애초에 아이돌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기획사가 드물다. 톱가수인 이승기마저 소속사에서 정산을 전혀 못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이것은 케이팝을 떠받치는 ‘있지만 없는 아이들’에 관한 증언이다.” -은유 작가 추천사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은 현재 케이팝 산업이 직면한, 그러나 결코 드러내지 않는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는다. 아이돌과 연습생 출신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업계 관계자, 연구자, 전문가, 국회의원이 제시하는 대안에 귀 기울인다. 국내 음반 업계를 넘어 케이팝을 만드는 해외 작곡가와 프로듀서, 팬덤은 물론 장르가 다른 음악가들도 만난다. 한국에 갇힌 우리의 시야를 넓혀 케이팝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 국경을 넘나든 저자의 노고와 열정 덕분이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굳이’ 언급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지금의 케이팝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그렇지 않다. 문제는 외면할수록 커지는 법이다. 지혜를 모아 지금 문제를 해결하면 케이팝은 분명 더 발전할 것이다. 무엇보다 케이팝을 부르는 아이돌,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고, 팬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긍정의 세계관을 노래하는 케이팝이 진짜 케이팝다워지는 길이 아닐까. 헌트릭스와 팬들이 함께 노래할 때 마침내 혼문이 완성되듯 말이다.
이제 케이팝은 단순한 산업의 범주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 기록이 작게나마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중에서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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