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얼굴을 가진, 낯선 괴물이 나타났다

2025-07-25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한때 온라인에서 “엄마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곧 개봉 예정인 영화 <좀비딸>에는 “내 딸이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죠. 사랑하는 이가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버린다는 설정은 흔하지만 강력한 클리셰입니다. 애니메이션 <히카루가 죽은 여름>에서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괴물이 친구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면 어떨까”

일본의 시골 마을 ‘쿠비타치’. 마을 사람들이 산속에서 실종된 고등학생 히카루를 찾아 헤맵니다. 아무리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가 돌연 일주일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마을에 돌아옵니다. 시간은 흘러 히카루가 돌아온 지 반년이 지난 여름.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요시키와 히카루는 언제나처럼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습니다. 조용한 마을을 감싸는 건 청량한 풍경소리와 매미소리뿐, 요시키가 히카루에게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 묻지만 히카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리죠. 한참 고개를 떨구고 있던 요시키가 히카루에게 묻습니다

“나.. 이상한 거 물어봐도 돼? 너 역시 히카루가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 분명 기억도 모습도 전부 똑같은데”

요시키 앞에 선 히카루는 진짜 히카루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같은 외형을 하고 어렸을적 기억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요시키는 느껴왔습니다. 히카루는 진짜 히카루가 그날 산속에서 죽었다고 설명합니다. 죽어가는 히카루의 몸에 산에서 떠돌던 자신이 깃들었고 몸과 기억이 생긴 기쁨에 마을로 내려와 히카루로서 살기로 다짐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체를 요시키 앞에 드러내 보입니다. 멀쩡했던 얼굴이 무너지고 기괴한 형체가 뿜어져 나오죠.

“부탁이야 비밀로 해줘 나 널 죽이고 싶지 않아”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애니메이션 <히카루가 죽은 여름>은 히카루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찌는 듯한 여름 매미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친구의 탈을 쓴 괴물을 자신의 옆에 두기로 한 요시키가 이야기를 끌고 가죠.

정체를 밝힌 괴물에 요시키는 공포에 질리면서도 일면 기뻐합니다. “진짜 히카루가 정말 죽은 거라면 가짜라도 옆에 있으면 한다”고요. 히카루의 탈을 쓴 괴물의 비밀을 지켜주고 아무 일 없던 듯 지내겠다 다짐합니다.

이제 요시키와 히카루는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이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요시키는 히카루가 분명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릴 적 봤던 히카루의 모습, 실종되기 전 히카루의 모습을 자꾸만 상상하게 됩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히카루는 뭔가 다르다고 느끼지만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괴롭지만 계속 옆에 두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저돌적인 히카루의 말에 붉어지는 요시키의 얼굴에서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달라진 히카루를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넉살 좋은 시장 고양이는 히카루를 보더니 크게 놀라며 도망가고, 한 마을 노인은 히카루를 보고 “노누키님이 내려오셨다”며 공포에 질려합니다. 다음날 공포에 질렸던 노인이 기괴한 형태로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노누키님이 마을로 내려오셨다”, “다음은 내 차례가 될 것이다”며 공포에 떨기 시작합니다. 히카루의 정체를 아는 요시키만이 히카루가 벌인 짓이라 추측할 뿐입니다.

<히카루가 죽은 여름>은 푹푹 찌는 여름을 그려낸 쨍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호러 서스펜스 장르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진행이 약간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불친절함에서 나오는 서스펜스는 요시키가 느낄 공포심을 보는 이에게 그대로 느끼게끔 합니다. 그로데스크한 작화는 물론이고 실사 사진과 영상을 기묘하게 조합한 화면, 음향을 활용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 등은 공포물의 맛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동명의 만화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기대가 큰 작품이었는데, 원작 팬들에게도 “공포감을 일으키는 연출은 만화책 그 이상”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원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은 강한 간사이벤 (오사카 지역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평소 일본 콘텐츠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독특한 억양의 일본어 연기를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간사이벤이 만화책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되었지만, 애니메이션 자막은 표준어로 처리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애니메이션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3화까지 공개됐습니다. 마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지금, 앞으로는 어떤 전개가 펼쳐지게 될까요. 푹푹 찌는 주말 시원한 공포물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스릴러 지수 ★★★★★ : 소름돋는 기괴함을 보여주는 뛰어난 연출력

후유증 지수 ★★★★★ : 다음편이 궁금해서 잠에 들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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