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겸 가수 이지한의 모친이 아들을 여전히 마음에 품었다.
이지한 모친은 25일 고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너를 못본 지 1000일이라니, 서럽게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며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됐다네”라고 밝혔다.
고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모친이 관리하며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1000일이 되는 날이다.
모친은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두 팔로 무릎을 꽉 감싸고 아주 살짝 눈을 감곤 해”라며 “혹시 너를 놓칠까봐 꽉 감지도 못한 채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너를 일부러 만나러 가”라고 적었다.
모친은 여전히 아들을 잃은 슬픔에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알렸다. 그는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아졌지?라는 위로의 말에 엄마는 더 숨통이 조여왔고 답답하기만한 내 심장과 그리움에 억울함의 울퉁불퉁한 암 세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찰나마다 파고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 심장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지만 1000일 동안 서러움을 감추고 싶었던 나는 대꾸도 없이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만 떨구게 되더라”며 “엄마는 네가 떠나기 직전 아름다웠던 24살 그날에 지금도 멈춰져 있다”고 했다.
모친은 “1000일 전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2000일, 3000일이 순번 타듯 기다리고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 무섭고 억울하다”며 “소중한 생명을 외면한 무책임한 위정자들에 맞서 2년 넘는 긴 시간을 광장에서 보내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옷이 다 젖은 채로 혼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하는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고 썼다.
이와 함께 “네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듣고 싶은데, 그 날의 진실까지도 듣고 싶은데”라며 “엄마는 더 이상 못 쓰겠다. 시간이 갈수록 더 못 쓰겠다. 그냥 허망하다. 그냥 서럽고 분하다”고 했다.
2017년 방송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지한은 이후 웹 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서 주인공 신남현 역을 맡으며 배우 활동도 병행했다.
이지한은 2022년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발인은 2022년 11월 1일 거행됐고 하늘문 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사망 이후 이지한의 모친은 국내 언론과 외신과 인터뷰 등으로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을 외치고 있다. 이지한 부친 이종철씨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