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금융권 협회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후보군으로 KB금융그룹 출신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타 금융그룹과 달리 유독 KB금융그룹 출신들이 차기 협회장 후보에 이름을 연달아 올리며 올드보이(OB)들이 협회장으로 업계에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와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에,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과 이창권 KB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장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하마평에 올랐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오는 10월 5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운 금투협회는 증권·자산운용·신탁·선물 등 협회 소속 400개 정회원사가 투표로 차기 협회장을 선출한다. 이에 따라 초대 회장부터 서유석 회장까지 업계 대표가 직접 협회장을 맡아왔다. KB금융 출신 인물 외에도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등도 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현승 전 대표는 대외적으로 금투협회장 출마 의지도 밝힌 상태다. 이 전 대표는 메릴린치증권, SK증권, 코람코운용, 현대자산운용 등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KB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장수 CEO' 출신이다. KB자산운용 대표 외에도 금융투자협회 비상근 부회장,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등도 역임한 바 있다.
박정림 전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무죄로 판명된 만큼 협회장 도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체이스맨해튼은행, 조흥은행, 삼성화재 등을 거쳐 2004년 국민은행에 합류했다. 이후 2012년 자산관리(WM)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했으며 2014년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2026년 여신그룹 부행장 등을 지내며 WM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8년 12월 KB증권 역사상 첫 여성 CEO로 내정돼 2023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회원사 투표로 업계 출신이 회장직을 맡는 금투협회와 달리,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위, 기재부 등 관료 출신이 주로 회장을 맡아 민간 금융사 출신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곳이다. 앞서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은 2010년 민간 출신으로 여신협회장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현재 KB금융 출신 중에는 KB국민카드 사장을 역임한 이동철 전 부회장과 이창권 부문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동철 전 부회장은 1990년 국민은행 입행 후 KB금융 전략기획부 전무, 전략총괄 부회장 등을 거쳐 2018년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창권 부문장은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KB국민카드 신사업부장, KB금융 전략총괄 전무 등을 거쳐 2022년부터 3년간 KB국민카드 사장을 지냈다. 올해부터는 KB금융 디지털·IT부문장을 맡고 있다.
여신협회장 관료 출신 후보로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유광열 전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학계에서도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KB금융 출신이 협회장 인사에서 유독 주목받는 것에 대해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하며 위상이 바뀐 점을 이유로 꼽았다. KB금융은 2023년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에 올라선 뒤 지난해 격차를 더 벌렸다. 더욱이 KB금융은 일찌감치 M&A로 보험, 증권 등의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갖추고 비은행 계열사를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선두금융으로 자리잡기까지 활약한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들이 각 부문 차기 협회장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친 인물들로 업권 이해도가 높고 업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데도 수월한 점이 강점으로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으로 결제시장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신협회가 카드업계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여전히 관료 출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신협회장의 경우 아무래도 관료 출신 후보들의 파워가 강한 만큼 하마평과 실제 후보 등록자들이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카드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는 와중에 업계의 생존을 걸고 전방위로 소통에 나서야 하는 만큼 올해도 관료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