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볼은 약팀이나 쓰는 거라고?…14경기 무패 포옛호 전북, 통념을 깨다

2025-06-15

K리그1 선두 전북 현대가 강원FC와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14경기 무패 행진(10승 4무)을 이어갔다. 승점 38점으로 2위 대전 하나시티즌을 6점 차로 따돌리는 전북의 힘은 거스 포옛 감독이 만든 정교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롱볼은 약팀이나 쓰는, 운에 맡기는, 준비되지 않은 플레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뒤집었다.

1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리그1 18라운드에서 전북은 티아고의 멀티 골과 전진우의 쐐기 골에 힘입어 강원과 악연을 끊어냈다. 전북을 상대로 5연승을 자랑했던 강원은 3연패의 늪에 빠졌다.

포옛 감독은 7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전을 기점으로 팀 전술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 4-2-3-1 대신 더욱 공격적인 4-3-3 대형을 택했다.

핵심 변화는 박진섭을 홀로 수비를 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한 점이다. 그 앞에는 체력이 좋은 강상윤과 김진규를 배치했다. 이들은 경기 내내 많이 뛰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담당한다.

포옛 감독의 롱볼 전술은 단순히 멀리 차는 것이 아니다. 마치 바둑에서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처럼 계산된 작전이다. 작전 순서는 이렇다. 먼저 전북 선수들이 뒤쪽에서 천천히 공을 돌린다. 상대 팀은 공을 뺏으려고 앞으로 나온다. 이때 전북은 빈 공간이 생긴 상대방 뒤쪽으로 긴 패스를 보낸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김진규와 강상윤 같은 미드필더들이 미리 약속된 위치로 달려간다. 공이 튀거나 떨어지는 것을 받아낸다. 상대팀은 롱볼에만 신경 쓰다가 뒤늦게 뛰어오는 전북 미드필더들을 놓치게 된다. 결국 전북이 숫자상 우위를 갖게 되고 더 쉽게 공격할 수 있다.

이런 롱볼 활용법은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파리 생제르맹의 루이스 엔리케 등 유럽 명문 팀 감독들이 사용하는 최신 전략이다. 과거처럼 아무 계획 없이 앞으로 차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활용하는 현대적 접근법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콤파뇨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티아고가 주인공이었다. 방출설까지 나돌았던 티아고는 5월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전반 5분 송민규의 크로스를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1분에는 전진우의 크로스를 다시 헤더로 밀어 넣으며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티아고가 멀티 골을 넣은 것은 대전 시절인 2023년 8월 포항 스틸러스전 해트트릭 이후 처음이다. 후반에는 전진우가 역습 찬스에서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쐐기 골을 추가했다. 정규리그 12호 골을 기록한 전진우는 주민규와 득점 차를 2골로 벌려 K리그1 득점 1위를 굳혔다.

포옛 감독의 롱볼 전술에서 티아고와 전진우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티아고는 뛰어난 제공권 능력으로 롱볼을 받아내고, 전진우는 수비에 적극 가담한 후 빠른 스피드로 역습에 참여해 상대 수비가 롱볼에만 신경 쓰는 틈을 타 빈 공간으로 침투한다. 포옛 감독이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두 선수의 변신이 전북 무패 행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포옛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에서 11번째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선 10승밖에 쌓지 못했는데, 오늘 뛰어넘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티아고에 대해서는 “백업이라는 역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하게 훈련하며 기회를 기다렸다”고 칭찬했다. 콤파뇨가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폼이 좋은 두 스트라이커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승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2부로 떨어질 뻔했다는 위기를 기억하고 있다. 아직 우승을 논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롱볼을 단순한 장거리 패스가 아닌 정교한 전술 무기로 활용하는 전북의 시스템은 4년 만의 K리그 정상 탈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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